앵커: 북한의 협동농장들이 가뭄과 비료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내년에 흉작으로 인한 대량아사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주민들 속에서 '제2의 고난의 행군'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 말부터 4월말까지 황해남도 해주시와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 ‘고난의 행군’시기 못지않은 아사자가 발생했고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도 적지 않은 주민들이 굶어죽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김일성 주석 생일행사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국제사회 앞에서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 당시 북한의 식량가격은 입쌀 1kg에 2천8백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6월 7일, 함경북도 회령시와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들에서 입쌀 1kg에 3천 800원, 청진시는 4천원까지 올랐습니다. 비교적 식량가격이 눅다(싸다)는 국경연선 도시들에서 이쯤한 정도면 내륙지대인 함흥시나 사리원, 원산시는 입쌀 1kg에 4천원을 훨씬 넘겼을 것이라고 그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올해 농사형편을 두고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듬해인 1995년에 큰물(장마)로 농사를 망치고 ‘고난의 행군’을 시작해야 했던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곡창지대로 알려진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도를 비롯한 내륙지대 협동농장들에 비료공급을 집중하고 있지만 가뭄으로 인해 논밭에 댈 물이 마르고 있다”며 “강냉이 농사는 아예 포기했다는 말까지 나돌 만큼 참혹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나마 가뭄의 영향을 적게 받고 있다는 북부지대 협동농장들은 “아직까지 비료공급이 되지 않아 가을에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괜찮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메주콩 밖에 없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도 “지금은 특별히 식량가격이 오를 시기도 아닌데 계속 오르고 있다”며 “내년에 다시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식량가격이 벌써부터 오르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소식통들은 “내년도 식량난이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 앞에서 모든 주민들이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며 “식량난으로 하여 김정은 정권이 내년도에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