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대북 비료지원 “타이밍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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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금은 북한에 비료를 지원할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은 민화협이 북한에 비료를 지원하기 위한 국민운동을 진행중인 가운데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대북 비료 지원이 "적절치 않은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덧붙입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를 지원할 순 있겠지만, 그 시점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류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19일 서울에서 열린 특강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즉 민화협이 북한에 비료 10만 포대(2만t)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국민운동을 시작한 상황이어서, 류 장관의 발언은 대북 비료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통일부는 대북지원을 승인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할 수 있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북한의 농업이나 축산업을 지원한다면, 이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길 열릴 거라 생각합니다.

민화협의 대북 비료지원을 위한 모금운동은 '통일 대박'을 비롯해 북한을 겨냥한 박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작됐습니다. 한국의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200여개의 정당, 종교, 시민사회 단체의 모임인 민화협이 대북지원을 시작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홍사덕 민화협 상임의장: 그래서 올해는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늦어도 3월까지는 다만 얼마라도 비료를 보내줘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분명찮은 태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민화협의 비료지원 구상에 대해 수혜 대상인 북측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북측은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 제안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입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 제안과 구제역 방역 지원 제의에도 북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화협의 비료지원이 이뤄진다면, 비록 민간 차원의 지원일지라도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국 정부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전략적 관점에서도 비료 지원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측이 김정은 제1비서의 신년사를 통해 농업을 '주타격 방향'으로 정한만큼 한국 정부는 전략적 측면에서 비료 지원의 시점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같은 상황 하에서 민화협은 북한에 비료를 지원한다는 애초 계획을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비료 10만 포대를 살 돈이 모금되는 대로 통일부에 정식으로 대북 반출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이운식 민화협 사무처장은 밝혔습니다. 또한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류 장관의 발언이 "통일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민화협은 이미 7만7천 포대분의 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간 차원의 대북 비료지원 문제를 놓고 한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