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당국이 지난해부터 요란하게 선전하던 비료생산이 계획량에 턱없이 모자라 올해 농사에 커다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올가을 작황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벌써 김매기에 돌입한 북한 협동농장들에서 당장 농작물에 줄 비료가 없어 비상이 걸렸습니다. 비료부족으로 올해 농사도 전망이 없다는 비관론이 주민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사회전반에 우울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 대홍단군의 한 소식통은 “올 봄에는 냉해가 심해 감자 싹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며 “애벌(첫) 비료를 주기 전까지 감자 잎이 다섯 잎 정도 돋아야 하는데 냉해가 심해 이제 싹이 돋는 형편”이라고 전했습니다.
함경북도의 소식통도 “‘주체농법’ 대로라면 해마다 6월 4일부터 애벌비료를 주어야 하는데 아직 비료가 들어온다는 예정조차 없다”며 “대신 ‘흑보산’ 비료를 주라는 지시가 각 협동농장들에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남흥청년화학과 흥남비료 공장에서 비료를 늘려 생산한다고 요란하게 선전하면서 “자력갱생에 기초한 우리 식 ‘주체비료’ 생산기지가 완공돼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 할 확고한 전망이 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작년에 북한은 본격적인 농사철에 들어서기 전인 4월 초부터 흥남비료공장에서 생산된 질소비료를 상당량 협동농장들에 공급했고 ‘알곡 10만톤 생산 군’으로 지정된 28개의 군에는 남흥청년화학에서 생산된 요소비료도 일부 공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농작물들이 냉해를 입어 비료주기 작업을 앞당겨야 할 형편인데도 질소비료를 공급해주지 않고 대신 농업성으로부터 대체비료인 ‘흑보산’비료를 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흑보산’ 비료는 부식토 1톤에 인분 300kg, 질소비료 20kg을 섞어 발효시킨 대체비료로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도입되었습니다. ‘흑보산’ 비료에도 일부 비료가 들어가지만 올해의 경우 그마저도 보장이 어려워 협동농장들에서는 비료성분이 전혀 없이 부식토에 인분만 섞어 농작물에 주어야 할 처지라고 합니다.
북한이 자체의 비료생산체계를 갖추었음에도 비료생산을 못하는 원인은 심각한 전력난과 함께 외화벌이를 위해 석탄수출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생산된 석탄을 전부 중국에 수출하다나니 석탄을 원료로 하는 비료생산 설비들이 가동을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냉해가 심해 초기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제대로 된 비료도 없어 올해 농사는 벌써부터 기대할 것이 못 된다”며 “폭포처럼 쏟아진다던 ‘주체비료’는 다 어디로 간 것 인가?”라고 당국을 비난했습니다.
6월 1일 현재 함경북도 회령시 장마당에서는 밀수꾼들을 통해 불법적으로 들어 온 중국산 복합비료가 나와 있는데 1kg에 2천원으로, 옥수수 1kg 값인 670원의 세배에 달하는 비싼 값으로 팔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