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부족 올 농사도 망쳐” 북 농민들 한숨

MC:

풍요한 가을이 성큼 다가 왔지만, 추수를 앞둔 북한 농민들의 근심은 커가기만 합니다.

농사 작황이 좋지 않아서인데요, 게다가 군대들이 농작물을 독점하면서 정작 농사를 지은 농민들은 ‘이방인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월 중순,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 박 모 씨는 “열차를 타고 북쪽으로 들어오면서 보니 조선 쪽 논밭엔 벼이삭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데, 중국 쪽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며 북한과 중국의 올해 농사작황을 이렇게 비교했습니다.

친척방문차 중국에 들어온 이 주민은 북한의 농사가 안된 이유에 대해 우선 농약과 비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꼽았습니다.

그는 “논밭에 잡초가 너무 많아 오히려 잡초 속에서 벼 이삭을 골라야 할 형편”이라면서 “농민들이 여름내 뽑긴 하지만 손으로 잡초를 다 뽑기엔 역부족”이라고 살초제 부족 현상을 설명했습니다.

이 주민은 “조선에서 농민들이 일을 정말 안한다”면서 “여자와 학생이 없으면 농사지울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9월에 들어서면서 북한은 고등중학교 학생들과 도시의 가두 여성들을 옥수수 가을에 동원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매해 농사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여성은 심각한 비료부족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어린아이가 한창 자랄 때 못 먹이면 시드는(허약 걸리는) 것처럼 옥수수도 바로 그랬던 거예요. 이삭이 여물 때 비료를 줘야 하는데, 비료가 있어요? 인분비료 한번 주면 끝이에요. 곡식도 먹지 못해 잘 안 되는 것이죠”

특히 홍수 피해가 컸던 황해도 지방과 평안남도 지방의 옥수수 상황도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함경북도 지방의 한 주민은 “얼마 전 군 협동농장 경영위원회와 노동당에서 군량미와 국가수매 양곡을 결정하는 예상수확고 판정을 했는데, 일부 농장 밭에서 괜찮은 곳은 정보당 2톤, 잘 안된 곳은 반톤(0.5톤)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말했습니다.

대규모 홍수가 났던 황해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국가양곡 수매는 고사하고 농민들에게 줄 분배 식량도 넉넉지 못하다는 반응입니다.

이 주민은 “황해남도 연안, 청단 지역은 소문난 곡창지대인데, 이곳에 홍수가 나면서 상당수 논밭이 물에 잠겼다”며 “4군단 군대들의 군량미 마련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동부에 정착한 탈북 여성은 “군량미가 모자라면 군대가 총을 들고 밭을 지킨다”면서 “가을철에는 농민들도 마음대로 알곡을 다치지 못한다”고 북한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살던 산골에서 조금 벗어나가면 옥수수를 따가지고 나오는 사람이 보이면 헛방이라도 총을 쏘았어요. 포수들도 총을 쥐고 지키고 그랬어요”

올해 불길한 농사작황 때문인지 북한은 가을철임에도 불구하고 외부로부터 식량 수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무역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8월 한 달 동안 거의 5만 톤에 가까운 곡물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