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군부의 한 무역회사가 중국기업들과 맺은 선행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다른 사업자와 계약을 맺어 수천만 달러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가 논의되는 가운데, 북중간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지 주목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군부 산하 한 무역회사가 과거 장성택이 관리하던 무역회사와 맺었던 기존 계약을 무시하고, 다른 중국사업자들과 이중 계약을 맺어 중국 기업들간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잘 아는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선성산경제무역련합회사(Korea Songsan Economic and Trading Group)가 과거 요녕성보화실업집단(辽宁宝华实业集团)과 맺었던 신도 양식장 투자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새 사업자인 윤증집단(润增集团)과 이중 계약을 맺어 최근 혼란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북한 승리무역과 합자경영 계약을 맺었던 보화그룹은 수천만 달러의 투자금을 날렸고, 새 사업자인 요녕성 소재의 홍상실업(鸿样实业)과 윤증집단도 이권을 사수하기 위해 분쟁에 뛰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화그룹은 2004년에 이미 장성택이 관장한 승리경제무역과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신도양식장을 공동운영하자고 합자계약을 맺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2014년경 신도양식장 ‘사업주체’로 자처하고 나선 북한 성산경제무역이 보화그룹과 상의도 없이 새 파트너인 윤증집단과 계약을 맺으면서 두 회사간 분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보화그룹과 윤증집단은 서로 자신들이 ‘기본 당사자’라고 티격태격 다투었고, 양측은 이를 해결해달라고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더욱이 이상한 것은 윤증집단은 몇 년 전 중국 단동에 있는 북한식당 종업원 폭행사건에 연루되어 대북사업에서 제외되었지만, 이번에 성산경제무역의 새 파트너가 된 사실”이라며 뒷거래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보화그룹의 억울한 사연을 접수한 중국 정부도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을 통해 북한 측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군부의 힘을 업은 성산경제 무역 측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이 문제는 북한과 중국간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고 소식통은 내다봤습니다.
지난 2012년 중국 요녕성 소재의 시양그룹이 북한 광산에 미화 4천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쫓겨난 사건은 당시 북중간 외교문제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신도양식장 합자계약을 둘러싼 북중간 분쟁사건의 시발점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보화그룹과 양식장 계약을 맺었던 당사자는 북한 승리무역 회사로, 이 회사는 2013년 12월에 처형된 장성택 산하 무역회사인 ‘54’부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장성택을 숙청하고 그의 이권을 빼앗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조선성산경제무역련합회사’라는 군부회사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의 자유북한방송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성산경제무역련합회사'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장성택 처형 이후 신설한 새 외화벌이 연합체로, 이 회사는 인력수출과 부동산과 광물, 수산물 등 수출권을 독점하고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중국 단동과 도문 지방에 일하러 나오는 북한 노동자들의 수출을 성산경제무역이 맡고 있다”면서 “이 업체는 해외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해 돈을 버는 대표적인 업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김정은 제1비서의 신임을 등에 업은 성산경제무역은 ‘최고존엄의 특혜’를 들먹이며, 중국기업들과 맺은 기존 계약을 뒤집는 횡포도 서슴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성산경제무역은 중국에서 김정은의 ‘최고존엄’ 특혜를 제시하면서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통은 “중국 대련과 청도, 단동에 출장 나간 성산무역 총사장 장모씨 등 일부 간부들은 김정은의 이름을 팔고 다니면서 ‘이제 투자하면 훗날 특혜를 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하룻밤에도 수만 위안 짜리 고급식당에서 유흥접대를 받고, 북한 최고 권력에 잘 보이기 위해서는 고가의 선물을 마련해야 한다고 상납금을 요구하고, 또 고가의 선물을 사기 위해 중국 명품점을 쇼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 무역업자들의 사치 행각을 보는 중국 투자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나선시에 투자했던 중국 기업들이 빈손으로 쫓겨나는 사례가 발생하고, 북한 무역간부들의 사치행각이 드러나자, 투자자들 속에서는 ‘대북투자금이 제대로 회수될까?’하는 의구심에 빠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북한광산에 미화 4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빈손으로 쫓겨난 시양집단의 악몽이 되살아난 중국 기업들인 속에서는 “북한에 또 당했다”는 분노가 팽배해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중국의 대북 소식통도 “북한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을 피하기 위해 외화벌이 회사 이름을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는데, 성산경제무역도 그 중 하나”라면서 “장성택 처형 이후 새로 등장한 이 회사는 군부의 외화벌이 창구를 맡은 핵심조직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여 국제사회가 폭넓은 제재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가운데, 외화에 목마른 북한이 바다 어업권을 중국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외화벌이에 매달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