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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낟알 털기도 채 끝나기 전에 군량미 모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높아진 군량미 수매계획으로 내년에도 주민들의 식량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가을걷이도 채 마무리 되지 않은 협동농장들에 터무니없이 많은 군량미를 독촉하고 있습니다. 농사형편도 시원치 않은데 군량미 수매계획이 너무 높아 내년도 주민들의 식량난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원성이 높다고 합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 소식통은 “올해 양강도의 평균 감자수확고가 정보당 22톤”이라면서 “지난해에 비하면 농사가 잘 된 편인데도 농장원들과 주민들에게 푼 배급량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경우 지난해 평균 감자 수확고가 정보당 15톤을 밑돌았지만 혜산시 노동자들은 감자 배급을 보통 3달분 이상으로 받았고 협동농장이 가까운 군 소재지의 노동자들은 6개월분의 감자를 배급으로 받았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올해는 대홍단 감자농장의 정보당 수확고가 40톤, 백암군 1만정보 농장의 정보당 감자 수확고가 30톤까지 올랐고 지난해 평균 8.2톤의 감자수확을 거두어 농사를 망쳤다고 하던 운흥군이나 풍서군도 올해 평균 수확고가 18톤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올해 양강도 주민들에게 생산노동자에 한해서는 1달분, 교육, 보건직에 종사하는 사무원들에 한해서만 6개월분의 배급으로 감자를 주었고 협동농장 농장원들 역시 6개월분밖에 감자를 분배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이에 대해 올해 갑자기 높아진 군량미 수매량이 원인이라며 지난해에는 김정은의 지시로 군량미의 대부분을 황해북도와 알곡 10만톤 생산군들에 배당했고 일반 협동농장들은 군량미를 얼마 거두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적지 않은 배급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북한은 실제 수확량에는 관계없이 무조건 국가계획량의 40%를 군량미로 바칠 것을 모든 협동농장들에 지시했는데 양강도는 국가계획량으로 정보당 감자 40톤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매 정보당 16톤의 감자를 군량미로 바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수확량이 정보당 평균 22톤이어서 정보당 16톤의 감자를 군량미로 바치고 나면 노동자들과 농민들에게 공급해야 할 배급량은 정보당 6톤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농업부분에 종사하는 주민 소식통은 “이제 강냉이와 벼 가을을 끝내고 낟알 털기를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군량미를 바치라는 독촉이 불같다”며 “그런데 군량미 계획이 너무 높아 낟알 털기가 끝나도 농장원들에게 차례질 것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터무니없는 군량미 수매를 협동농장들에 강요하는 것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식량지원 분배감시노력으로 북한 당국이 해외의 지원식량을 군량미로 전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들은 “지난해 군량미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많은 군인들과 건설자들이 영양실조로 쓰러져 큰 혼란을 초래했었다”며 “그래서 군량미를 더 거두는 것인데 이는 반대로 주민들의 식량난을 악화시켜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