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기 전에 2008년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분배감시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북한의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전직 국무부 고위관리가 주장했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정부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지원하는 식량을 북한 당국이 비인도적인 부문으로 빼돌리지 못하도록 확실한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11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주장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 연구단체인 헤리티지 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지원을 중단했던 2008년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공감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해외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의 정책•사업조정 처장보를 지낸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 아시아 태평양 안보 담당 선임 국장은 이날 토론회 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만나 대북지원의 기본 조건은 식량의 분배 감시와 관련한 2008년의 미북 합의라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 분배의 투명성과 영양상태 조사를 보장한 2008년의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확약을 받아야 합니다.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식량의 분배를 감시하되 한국어를 하는 요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2001년부터 2년간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을 담당했던 크로닌 국장은 식량이 절실한 주민에 정확하게 전달될 것이라는 북한 당국의 보장이 있어야 미국 정부가 의회를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크로닌 국장은 미국 정부가 조만간 대북 지원을 발표할 수 있다면서 동맹국인 한국과 대북지원에 부정적인 미국 하원을 고려한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한 전문가는 북한이 요청한 33만 톤에 미치지 못한 규모를 미국의 5개 비정부구호단체를 통한 제한적인 지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크로닌 국장은 미국 정부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국제개발처의 해외 원조와 관련한 예산도 많이 줄었지만 대북지원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며 경우에 따라 국무부의 경제지원기금(Economic Support Funds)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 문제는 줄어든 예산이 대북 지원에 영향을 주느냐가 아닙니다. 지원 예산이 한정된 만큼, 지원이 가장 필요한 나라가 어디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북한이 식량 지원이 가장 시급한 곳이냐는 데 논란이 많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도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이 투명한 분배를 약속하지 않으면 다른 어려운 나라를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클링너
: 지난 2년간 북한은 유엔의 식량지원을 비롯한 개발 지원을 받으면서도 국제사회가 합의한 유엔 결의를 계속 어겨왔습니다. 북한을 지원해온 나라들이 북한보다는 최근 자연재해를 당한 다른 나라를 지원하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콜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식량난이 지난 1990년대만큼 심각하다는 유엔의 조사방식인 식품수급표(food balance sheet)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실제로 북한의 식량난이 알려진 것만큼 심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평화 시기에 주민을 굶주리게 하는 유일한 정권이라면서 북한의 식량난은 자연재해가 아닌 정권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니콜러스 에버스타트
: 정권의 잘못된 농업정책과 소비자가 무시되는 식량공급 체계, 그리고 북한의 성분제도라는 계급체계가 식량난의 원인입니다. 성분이 안 좋은 사람이 많이 사는 함경북도와 함경남도는 20년 전부터 굶주린 사람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변하겠다는 확실한 약속이 있기 전까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북한을 돕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결국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은 북한 정권의 행동에 달렸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