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충성자금’까지 식량수입에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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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당국이 식량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외화벌이 회사들에 충성자금 대신에 곡물을 수입하도록 지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도에 최민석 기자입니다.

최근 중국과 마주한 북한 국경지역의 외화벌이 회사들이 쌀 수입에 총동원됐습니다.

평안북도 국경지역에서 중국과 거래를 시도하고 있는 한 북한 무역업자는 “올해 초부터 식량을 수입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모든 외화벌이 회사들에 내려졌다”면서 “매 회사 별로 미화 20만 달러 상당의 식량을 수입할 데 대한 과제가 떨어졌다”고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름과 소속을 밝히지 않은 이 무역업자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무역회사의 연간외화벌이 계획(충성의 당자금)이 20만 달러 정도 되는데, 현금이 아니라 식량으로 수입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충성자금까지 식량 수입에 돌릴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무역업자에 따르면 현재 신의주에는 많은 무역회사들이 새로 생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개별 무역회사들도 중국과 교역할 수 있게 승인이 내려진 후, 북한군부와 노동당 기관들이 저마다 외화벌이 기지들을 차리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강성무역회사 등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은 무역회사들은 북한 제련소에서 나오는 금정광과 동정광 등을 주요 수출 품목으로 거머쥐었고, 북한군 정찰총국과 병기총국 등 군부 산하 무역회사들은 석탄, 철광석 등 품목을 주요 항목으로 잡고 대대적인 교역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과 거래를 시도하고 있는 또 다른 무역업자인 강 모 씨도 “식량수입 통로를 빨리 열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와 요즘 모든 초점을 식량수입에 맞추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평양에 있는 농업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올해 식량 부족분이 100만 톤이나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농민들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군대와 도시 근로자들이 제일 큰 야단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올해 초 미국과 한국 등 적대 국가들에까지 식량 지원을 요청한 배경에는 이처럼 내부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북한 군부와 노동당 기관들은 이렇게 할당된 식량수입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과거 무역에 종사하다 법적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까지 인입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국경지역에 이처럼 개별적인 무역회사들이 난립하는 것과 관련해 또 다른 국경 소식통은 “현재 신의주 상황은 90년대 중반 유령회사들이 많이 생겼던 시기와 비슷하다”면서 “그러나 그렇게 많던 외화벌이 회사도 김정일의 말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다 없어졌듯이 언제까지 존재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