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규모 식량수입 무산 배경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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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식량난 해소를 위해 추진하던 중국으로부터의 대규모 식량 수입계획이 전면취소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무책임성이 거론되는가 하면 중국의 불공정 계약이 원인이라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내드립니다.

지난달 10일 경 마무리된 것으로 보도된 북-중간의 식량수출입 계획이 백지화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배경을 놓고 북한 관계자들과 중국 무역업자들 사이에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5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한 중국 장백현 백산시의 무역업자 장모씨는 “혜산시를 통해 식량 2만톤을 들여보내려던 계획이 완전 무효화 되었다”며 “우리(장백현)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연길, 단동)들도 모두 마찬가지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해 중국을 통한 북한의 식량수입계획이 전면 취소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장씨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올해 2월부터 중국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식량 원조를 요청하는 한편 다수의 무역업자를 통해 식량수입문제를 꾸준히 협의해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식량원조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은데다 북중 세관을 통한 개인 무역업자들의 식량수출마저 일일이 통제하면서 한때 북한은 인민보안부와 군인가족들에 대한 식량공급마저 중단할 정도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 5월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한 당국은 ‘곧 대규모의 식량원조가 들어오니 조금만 참고 견디자’고 주민들을 격려하면서 중국의 식량원조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북한과 주로 거래하는 중국 무역업자들의 말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방문 기간에 호금도 주석과 온가보 총리에게 긴급식량 원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확답을 받아내지 못했으나 이후 세관을 통한 식량수출제한 조치는 상당부분 완화됐다는 것 입니다.

중국 도문시의 또 다른 대북 무역업자 손모씨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김정일의 중국방문 이후 대규모 식량수입 계획에 착수해 6월 10일 경에 복수의 무역업자들과 10만톤 상당의 수입계약을 체결하는데 합의를 보았다”면서 청진항으로 3만톤, 혜산시에 2만톤의 옥수수를, 신의주를 통해 4만톤의 입쌀과 1만톤의 밀가루를 보내기로 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계약이 북한 측 사정으로 파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막대한 식량을 비축해 놓은 중국 무역업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약이 파기된 원인에 대해 손씨는 “북한사람은 정말 믿을 게 못 되는 인간들”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계약을 맺을 당시까지는 식량가격을 현금으로 모두 지급하겠다고 해 놓고선 이제 와서 현금을 못 주겠다고 나온다”고 말해 식량 수입대금의 현금 지불 문제를 놓고 북중 간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있었음을 고백했습니다.

한편 평안북도 무역관리국 책임지도원 김일수(가명)씨는 중국 단동에서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통화를 가지고 식량 수출계약을 둘러싼 북중 간의 갈등을 다른 각도에서 설명해주었습니다.

김씨는 “계약파기의 책임이 북한에 있는 것은 맞지만 중국으로서도 반성해야 할 몫이 있다”며 “중국은 우리(북한)를 완전히 저들의 식민지처럼 취급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김씨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라진, 청진항과 위화도 개발권을 주고, 그 대가로 받게 된 현금을 전부 달러가 아닌 중국 인민폐로 했으며 중국 당국도 이에 대처해 식량수출 대금을 모두 물물 교환이 아닌 중국 인민폐로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개발권에 대한 대가를 이례적으로 달러가 아닌 중국 인민폐로 요구한 것은 무역거래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사정과 중국 당국의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이 식량수출대금 결제를 전액 인민폐 현금으로 고집한 데 대해 북한 고위층에서는 식량문제를 볼모로 한 ‘불공정 계약’으로 받아들이며 몹시 격앙되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입니다.

또한 햇곡식이 나올 무렵에야 중국당국이 식량 수출을 허가한데 대해 북한 고위층들은 “당장 가을을 앞두고 재고식량을 처리하지 못 하게 되니깐 뒤늦게 팔아먹으려는 처사”라며 중국 당국이 승인한 식량에 대해 ‘쓰레기 쌀’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씨는 또 “중국은 언제나 보릿고개가 다 지나고 6월 말이나 7월 초가 돼서야 쌀을 주겠다고 한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중국 당국의 횡포 때문에 무역계약을 하다 보면 너무도 억울해서 “이준열사처럼 할복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이를 두고 중국의 대북 무역업자들은 햇곡식이 나기 시작해 식량위기에서 한숨 돌리게 된 북한당국이 현금결제를 문제 삼아 의도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