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주민들 "쌀 좀 달라" 호소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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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량난이 심각한 곳으로 알려진 황해도 지방 노동당 당사에는 구제를 요청하는 편지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쇄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당 간부들이 방만한 태도를 보여 주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크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황해도 사정에 밝은 한 북한 주민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연락에서, “요즘 황해도 지방 군당위원회에는 굶고 있으니 먹을 것을 해결해 달라는 주민들의 편지가 무더기로 들어온다”면서 “평소 우는 소리를 안 하는 인민들이 이 정도 호소하는 것을 보면 식량난이 정말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 나온 이 북한 주민은 황해북도 봉산군의 실례를 들면서 “한 농민은 8년 동안 군대 나갔던 아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들어오자, ‘집에 당장 끓일 쌀이 없다’며 군당에 신소편지를 올렸지만, 아무 응답이 없어 군당 청사 정문에서 며칠째 버티기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똑똑했던 아들이 군대 나가 영양실조에 걸리고, 폐결핵까지 걸려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신소를 올렸지만, 군당 간부들이 모르쇠로 일관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는 게 이 황해도 주민의 설명입니다.

노동당에 신소 편지를 쓰는 주민들은 대부분 인민군대 후방가족이나 군대 나갔다 영양실조에 걸린 자식들을 구제하려는 부모들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신소처리의 최종 결정자인 군당 책임비서는 아침에 출근해서 제일 먼저 검사하는 것이 신소편지함인데도, “나더러 어쩌라”는 식으로 일관해 주민들의 조바심을 사고 있습니다.

현지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북한 군당책임비서들은 한 갑에 만원씩 하는 ‘피스’ 일본 담배를 피우면서도 주민들의 굶주림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군당 간부들은 신소편지에 대해 “나 몰라라”하면서도 상부에 아첨하는 행동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불신은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소식을 전한 이 북한 주민은 “군당 간부들은 간부사업 권한을 쥐고 있는 중앙 간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쌀과 기름 등 뇌물을 바치느라 아래 간부들에게 내리 먹인다”면서 “지금 북한 현실은 옛날 봉건 시대와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즉 “간부들이 조선시대 양반들처럼 아래에는 호통질하고 위에는 아첨해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다”면서 “간부들과 백성들 사이의 불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왔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 여성은 “북한에서는 인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며 신소제도를 만들어 놓고는 정작 하면 보복 당한다”면서 미국과 사뭇 다르다고 비교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전번에 신문에서도 났지만, 어린 학생 아이들이 신소편지를 보냈는데, 미국 대통령이 그걸 보고 제일 약한 아이들의 편지를 보고 거기에 회답을 해주고, 거기에 해결책을 세웠다고 해서 너무나도 감동됐어요”

4년 전에 미국에 입국한 그는 “인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마지막 단계인 노동당 신소과에서 조차 일을 처리 받지 못하자, 당에 대한 실망과 불만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양 출신의 또 다른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군이나 시당 사람들은 신소하는 사람들을 쌀쌀 맞게 대하지만, 중앙당 사람들은 뭔가 태도가 다르다”면서 “신소를 하려면 차라리 중앙당에 직접 올라가 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