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 식량지원 북 행동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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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미국과 한 '2.29합의'를 파기해 보류된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한국과 중국, 일본 3국 순방에 나섰던 미국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22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핵 폐기와 관련된 약속 등 합의를 지킬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2.29 미북합의’ 내용 중 일부인 대북 영양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If we can reach a stage where we can once again have faith in the North Koreans' ability to abide by its undertakings and its promises, we would like very much to get back to the provision of nutritional assistance.)

이 같은 데이비스 대표의 발언에 앞서 미국 국무부의 짐 줌왈트(Jim Zumwalt) 한국, 일본 담당 부차관보도 지난 17일 미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줌왈트 부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멈춘다는 전제하에 대북 식량지원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고 또 북한에 영양지원이 필요한 주민이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 정치적 사안과 연계하지 말고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라는 미국 민간단체의 촉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기아 문제 전문가인 미국의 토니 홀(Tony Hall) 전 하원의원은 최근 미국 언론 기고문을 통해 미국 정부가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에 대한 영양지원 문제를 농축 우라늄 핵개발 등 정치적 사안과 연계한 것을 맹비난하면서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2.29합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한 북한에 식량지원을 재개하기는 매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먼저 3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추가도발을 삼갈 뿐 아니라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고 이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감시를 받는 등 실제 행동에 나서기 전에는 미국이 먼저 식량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리언 시걸 박사의 말입니다.

시걸 박사: 핵실험 중단 등 북한이 취할 행동에 대한 최고 지도부의 약속과 그 이행이 따르지 않는 한 미국이 2.29합의로 돌아가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긴 매우 힘들 것입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벤 로즈 부보좌관도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기 위해서는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전향적으로 움직일 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북한은 이런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