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최근 북한이 해외민간단체들에 식량지원을 요청하면서도 정작 이에 관한 보도는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몇 년째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민간구호단체는 얼마 전 북한정부로부터 식량지원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북한이 쌀이나 밀가루 등 가격이 비싼 곡물 지원을 요청했다”면서 “정작 이에 관한 보도는 자제해달라는 말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북한이 보도 자제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체면 때문이 아니겠는가”고 반문했습니다.
다만 “북한 관계자들이 민족을 돕는 마음에서 소문 없이 통 크게 지원해달라”는 등 회유책을 쓰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요구 때문에 해외민간단체들이 중국을 거쳐 식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게 꽤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또, 해외에 나온 북한 관리들도 내부 식량 형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프랑스 남부 툴루즈 대학에서 열린 북한정책 설명회에서 북한의 윤영일 유네스코 대사는 식량 상황에 대해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툴루즈 대학 관계자의 말입니다.
“학생 한 명이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윤 대사는 답변을 하지 않더군요”
당시 이 설명회는 향후 북한의 정치, 경제 전망에 대해 선전하는 자리였지만, 윤 대사는 식량문제에 대해서만은 답을 피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한 내년부터 주민들에게 식량배급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11월 말 현재 평양 장마당에서 쌀 1kg당 3천500원 가까이 치솟는 등 식량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내부 주민들에게 외부 식량 원조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평양 인근의 한 북한 주민은 “얼마 전 강연에 출현한 한 노동당 간부가 ‘우리가 돈이 없어 쌀을 못 사오는 게 아니라 미국이 군함을 띄워놓고 쌀을 사지 못하게 해서 식량을 들여오지 못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1994년 핵문제와 관련한 제네바 합의 이후 2009년까지 총 225만 톤에 달하는 식량을 북한에 지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