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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2000년 이후 6차례에 걸쳐 북한에 빌려준 식량차관에 대해 상환을 요청했습니다. 북한의 반응이 주목되는데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재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상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2002년 6월부터 2007년까지 북한에 제공한 식량차관은 쌀 240만 톤과 옥수수 20만 톤입니다. 원금만 7억 2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거치기간이 10년이므로 2012년 6월 7일부터 원금과 이자 583만 달러의 상환이 시작돼야 합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4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고지서를 북한 조선무역은행 총재 앞으로 보냈습니다.
[녹취: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대북 식량차관과 관련해서 오늘 오전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 총재에게 오는 6월 7일 대북식량차관의 첫 번째 원리금 상환 기일이 도래함을 공식적으로 통지하였습니다.”
상환 조건을 보면 첫 상환 기일을 기준으로 20년 분할 상환입니다. 즉, 2012년부터 2037년까지 거의 매년 원리금을 갚아야 합니다. 상환 이자율은 연간 1%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쌉니다.
상환 방식은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이지만, 남북이 합의하면 현물 등 다른 방법으로 상환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현재 경제상황이나 악화된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상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녹취: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6개월 이상 계속 상환을 하지 않거나 공시적으로 상환하지 않겠다고 통지를 하고 그에 따라서 우리 쪽에서 수출입은행에서 이것은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30일 이내에 대안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채무 불이행으로 간주한다는 식으로 되어 있고요.”
남측이 원리금 상환 기일을 공식 통지한 만큼 북측은 15일 이내에 상환 여부를 밝혀야 합니다. 사실 국제관례에서는 빌려 간 쪽인 북한이 상환 여부를 먼저 알리는 게 원칙입니다.
[녹취: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이러한 차관계약서의 분쟁과 관련해서는 남북 당사자 간 서로 협의해서 해결한다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개성공단 토지 임대료를 상승시키거나,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려달라는 식으로 해서 차관을 상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개성공단과 식량차관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녹취: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처음에 식량차관계약서를 체결했다, 그러면 그것이 소위 시종 일관되어야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처음 과 끝의 마무리를 잘해야 되는 것이죠.”
그동안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로 규정해 국제관례에 벗어난 거래를 많이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 정부가 변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북 식량차관에 대해 북한에 상환을 당당히 요구했습니다.
이번 차관 상환이 향후 남북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보편적인 국제관계로 이어가는 첫 발걸음이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