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 결혼이나 환갑 등 큰 잔치에 음식을 주문받아 만들어주는 맛 집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집들은 손전화로 주문받아 음식을 만들어 준다고 하는 데요.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수요와 공급에 기초한 시장방식이 도입되면서 북한 주민들도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고 주문해먹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한 평양 주민은 "요즘 웬만큼 사는 집들은 큰 대사를 치를 때 집에서 음식을 만들지 않고 잘 만드는 집에 부탁해(주문해) 깔끔하게 치른다"고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며칠 전 집에서 칠순 잔치를 치렀다는 이 주민은 "돼지고기는 고기 전문집에 맡기고, 떡은 떡집에 맡기는 식으로 부류별로 주문해다 썼는데, 맛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아서 좋았다"며 심지어 "국수는 옥류관에서 100인 분을 택시로 날라다 손님을 치르기도 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살림이 비교적 괜찮다는 중산층에 속하는 이 주민의 말에 따르면 평양에 등장한 이러한 맛 집들은 대부분 국영 식당에서 일하다 나온 요리사들이 직접 하는 것으로 주변에 소문이 자자하다는 것입니다.
이 집들은 정식으로 가게를 차리진 않았지만 솜씨가 잘 알려져 있어 대사가 많은 봄철에는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이들이 만드는 음식은 평양 곳곳에 생겨난 결혼식 전문식당에도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잠시 체류 중이라는 남포시 주민도 "요즘은 생활수준이 달라져 결혼식당에서 대사를 치루는 사람들도 꽤 늘었다"며 "하지만, 결혼식당에 나오는 음식이 적어 사람들은 별도로 주문해다 쓴다"고 말했습니다.
평양과 남포와 같은 큰 도시에서는 주민들이 돈을 내고 결혼식 전문식당을 예약하고 대사를 치를 수 있지만, 제공되는 음식은 대부분 장식용이고 먹을 만한 게 적다는 것입니다.
그는 "결혼식당에서 대사를 치르는 모습은 과거 재일본 귀국자들이 하는 풍이었는데, 지금은 일반 시민들 속에도 보편화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손전화를 이용해 음식을 배달해 먹는 문화도 발전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과거엔 집에 손님이 오면 시장에서 음식을 사다가 대접하곤 했는데, 지금은 한국의 자장면 배달문화처럼 손전화로 주문해 먹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소식통은 "이런 배달문화는 처음 중국을 다니는 사람들로부터 전파되기 시작했는데, 이어 한국 드라마가 대량 보급되면서 영향을 많이 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