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현장배급’에 희비 엇갈려

0:00 / 0:00

앵커 : 북한이 올해 수확한 알곡을 협동농장 현지에서 주민들에게 3개월분씩 배급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배급받은 식량을 가져갈 마땅한 운송수단이 없거나 자동차를 대여할 형편이 안 되는 주민들은 배급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한쪽에선 그들이 포기한 '배급표'를 사들이는 장사꾼까지 생겨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해마다 수확한 알곡의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가을걷이 현장에서 직접 주민들에게 석 달 분의 배급을 주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현장 배급방식 때문에 많은 시비가 일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

25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국가적으로 3달치 배급을 주라는 지시가 내렸지만 공장기업소나 인민반 부양가족들은 알곡을 수확한 협동농장 현지에서 직접 배급을 받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수확한 알곡의 운송과 보관 등 처리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1998년부터 협동농장에서 직접 배급을 주는 ‘현지배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농사가 어떻게 됐느냐에 따라 최소 1달, 많게는 6개월분을 배급으로 줄때도 있다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도 “협동농장들에서 3개월분으로 오사리만 벗겨 낸 강냉이를 송치채로 배급하고 있다”며 “송치채로인 강냉이는 속괭이의 무게를 감안해 실제 무게의 50%로 환산해 배급을 준다”고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실례로 송치채로인 강냉이 100kg을 배급으로 받았을 때 실제 배급량은 50kg으로 계산해 주는데 그나마 강냉이는 운반하기 괜찮은 편이고 감자를 받게 될 경우, 자동차가 없는 공장기업소나 힘없는 주민들은 옮겨 올 방법이 없어 아예 배급을 포기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힘 있는 간부들은 가까운 협동농장들에서 배급을 받지만 힘없는 공장기업소나 인민반 부양가족들은 수 백리 떨어진 협동농장들에서 배급을 받아와야 한다며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중앙에선 아무런 대책도 없다고 그는 비난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도 “자동차가 없는 기업소나 힘없는 주민들이 배급을 받아 싣고 오려면 1km 당 중국인민폐 12원씩 주고 자동차를 대여해야 하는데 알곡 값에 비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배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런 기회를 틈타 한편에서는 돈 있는 사람들이 ‘배급표’를 사들이는 신흥 장사꾼들이 늘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주민들이 포기한 ‘배급표’는 kg 당 북한 돈 200원이라는 헐값에 팔리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은 ‘배급표’를 사들여 가까운 협동농장들에서 식량을 타오고 운전사 가족들은 공장기업소의 자동차를 이용해 멀리 협동농장들까지 나가 식량을 거두어들이고 있어 알곡의 현장배급을 두고 주민들속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