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가을걷이 이후 농민들에게 줄 식량분배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주민배급을 위한 식량을 먼저 확보할 것인지, 농민들과 약속한 분배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놓고 간부들속에도 큰 논쟁이 일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의 농사작황이 예년보다 좋은데도 오히려 김정은 정권은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의 배급이 먼저냐, 농민들과 약속한 현물분배가 먼저냐를 놓고 북한 내부에서 격론이 일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농업부문 소식통은 “10월 3일부터 도 농촌경리부문 일꾼 협의회가 진행 되고 있다”며 “이번 회의의 목적은 가을걷이 후 식량분배문제와 관련한 지방 농업간부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태껏 중앙에서 한 번 결정하면 지방 간부들은 그대로 집행만하면 됐는데 이렇게 지방 농업간부들의 의견까지 묻기 위해 회의를 개최한 사례는 건국 이래 처음이 아닌가 생각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소식통도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국가배급제를 되살리겠는가, 아니면 농민들과의 현물분배를 약속을 지킬 것인가의 문제”라며 “이런 문제를 놓고 주민들은 물론 간부들속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배급제를 되살리자면 농장에서 더 많은 알곡을 징수해야 하는데 이는 현물수확량의 50%를 돌려주겠다던 농민들과의 약속을 포기해야만 가능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럴 경우 농민들의 불신이 높아져 앞으로의 농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판단입니다.
반대로 농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배급제를 포기해야 하는데 올해 도시주민들에게 부분적인 식량배급을 재개하면서 큰 인기를 누렸던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배급제를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도 “농민들의 현물분배와 관련해 요즘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일꾼 실무회의’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경제일꾼 실무회의’가 주목되는 까닭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김정은 정권은 어느 한 쪽 주민들로부터 큰 원망을 받게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올 농사가 잘 된 것이 김정은 정권에게는 꼭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