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만성적인 식량부족 국가인 북한도 식량을 자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한국농어촌공사'가 주최한 '남북농업협력 심포지엄'이라는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농지 1000제곱미터 당 500kg의 쌀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면 현재와 같은 식량부족 상황은 겪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박광호 한국농수산대학교 교수는 한국농어촌공사가 17일 서울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 당국이 농업의 작업효율을 높이고 농약과 비료 등 농자재를 확보한다면 스스로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광호 한국농수산대학 교수: 북한 현지 국영농장에서 3년간 쌀농사를 대규모로 지어본 결과에 의하면 북한의 토양, 물, 기후 등은 상당히 좋습니다. 비료만 제대로 공급 된다면 생산성이 남한수준까지 올라옵니다. 북한 인구도 우리나라의 절반밖에 안되기 때문에 쌀이 오히려 10%정도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의 전문가들과 함께 북한의 식량 생산 증대를 위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박광호 교수는 북한의 식량 사정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의 경지면적이 남한보다 1.1배 넓다”면서 “논 면적이 남한에 비해 좁지만 밭 면적은 남한의 1.7배 수준이기 때문에 면적당 생산성을 높이면 북한은 식량 자급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박 교수는 북한 특유의 농업 체계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 필요 이상의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다는 점과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는 분업체계가 문제라는 겁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요소가 북한의 식량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박광호 한국농수산대학 교수: (북한에서는 농사할 때) 농기계 운전하는 사람은 운전만 하고 삽질하는 사람은 삽질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 남한은 '멀티플레이'합니다. 한 사람이 자기 농장의 모든 작업을 다 할 수 있고 이런 점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의 식량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농기계를 현대화하고 남한의 농작업기, 수확작업기를 북한에 보급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에 농기계가 널리 보급되면 적은 인력으로도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면서 “북한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 6100명의 협동농장원을 100명선까지 줄이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광호 교수는 “북한의 수자원 시설을 현대화하고 관배수로와 농로를 현대화 하는 것도 향후 과제”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