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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쌀 수입을 지시하자, 북한 무역기관들은 중국에서 쌀을 수입하기 위해 개인들과 외화거래를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이로써 올해 1월부터 외화사용을 전면 금지시킨 인민 보안성(인민보안부)의 포고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중 국경지역과 청진시를 비롯한 큰 도시들에서 외화거래가 활발해졌습니다. 지난 1월 1일부터 외화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던 북한 인민보안부의 포고문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무역회사의 한 관계자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함경북도 청진시와 나선특별시에 있는 외화벌이 기관들에서 개인들과 달러나 위안화를 거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래 1월과 2월까지는 군부대 외화벌이나 일체 개인들과 거래를 안했는데, 이젠 개인들한테 외화를 받고 식량을 도매해요. 우리나라 내화를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 개인들도 달러나 위안화를 바꿔가지고 외화벌이 가야 쌀을 구입할 수 있어요.”
이 무역관계자는 “원래 외화벌이 회사들은 중국에서 쌀을 수입해서 국가 배급소나 식량판매소에 넘겨야 하지만, 국가로부터 무역대금을 받을 수 없어 개인들에게 식량을 팔고 대신 외화를 걷어 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지난 2월초부터 중앙에서 모든 외화벌이 기관들에 식량을 수입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식량수입 항목이 없는 외화벌이 단체들은 일체 무역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과 식량수입 허가를 받은 나선특별시와 청진시에 기지를 두고 있는 북한군 보위사령부와 호위총국 외화벌이 회사들, 국가안전보위부 ‘신흥무역회사’ 등 특수기관 외화벌이 단체들은 중국과 활발하게 식량거래를 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양강도 혜산시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무역회사들도 중국에 위안화나 달러를 주고 식량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외화벌이 관계자들은 수입한 쌀을 장마당 가격보다 약 5~10%가량 눅게(싸게) 개인들에게 팔아주고 대신 위안화나 달러를 받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밝혔습니다.
현재 혜산 장마당에서는 쌀 1kg이 580~600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외화벌이 회사들에서는 kg당 550원 가량에 개인들에게 넘겨주고 있습니다.
현재 혜산시 암거래 시장에서 중국 돈 100원은 북한 돈 1만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 돈이면 쌀 20kg 가량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무역회사들은 그 중국 돈 100원으로 중국 현지에서 쌀 30kg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윤이 남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함경북도 지방에서는 장마당 쌀 가격보다 눅은 외화벌이 회사의 식량을 구하기 위해 암거래 시장에서 달러나 위안화를 바꾸는 주민들이 훨씬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북한에서 외화사용이 다시 활성화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1월 1일부터 “모든 기관, 기업소, 사회협동단체와 공민들은 국내에서 외화현금을 류통시키는 행위를 일체 하지 말라”는 인민보안성 명의의 포고문을 발표하고 “이를 어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성 정도에 따라 사형에 이르기까지 엄격하게 처벌한다”고 선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포고문이 발표된 후 외화사용이 전면 금지되면서 중국과의 무역거래가 중단됐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 지방의 한 주민은 “국가에서 외화사용을 금지시키자, 무역회사들이 중국 대방과 무역거래를 하지 못하고 세관이 문을 닫게 되고, 그래서 물가가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쌀 가격을 비롯한 물가가 치솟고 아사자가 속출하자, 북한은 부랴부랴 외화벌이 기관들에 식량수입을 지시하고 외화거래를 묵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자,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보안성의 포고문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비난이 나오고, 이 비난은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퍼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