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의 일반 주민들도 장마당에서 외화로 물건을 살 수 있을 만큼 거래가 자유로워졌다고 하지요, 하지만, 늘어난 외화만큼이나 그것을 건사하는 데도 은근히 고민이 크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한 북한주민은 "평양의 외화상점은 물론, 국경도시 장마당에서도 웬만한 물건이 중국 위안화로 거래된다"면서 김정은 정권 들어 외화를 쓰는 사람들의 수가 부쩍 늘었다고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외국에 친척이 있거나 해외에 나갔다 오는 사람만이 외화를 만질 수 있다는 관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농촌에서 웬만큼 사는 사람들도 비상용으로 인민폐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런 외화 사용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외화를 보관하는 북한 주민들은 미화 100달러짜리와 중국 돈 100위안짜리로 바꾸어 건사한다면서 "더구나 요즘은 장마철이라 곰팡이나 좀이 쓸 지 않을까 은근히 왼 심을 많이 쓴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미화 몇 천 달러 정도를 비상용으로 건사하고 있다는 이 주민도 "돈을 저금시키지 못하고 벽이나 천장에 구멍을 뚫고 건사한다는 애기는 이제 북한에서 더 이상 새로운 소리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사회는 평양시를 비롯한 북한의 발달된 도시에서 유통되는 외화규모를 약 2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지만, 이 달러는 대부분 조선무역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들의 손과 손을 통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국가외화은행에 달러를 저금시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입금시키면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체로 외화를 건사했다가 쥐나 곰팡이 등으로부터 손해를 본 주민들이적지 않습니다.
3년 전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북한에 있을 당시 천장에 달러를 건사했다가 쥐의 습격으로 낭패를 당했던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탈북자: "쥐가 본능적으로 나무를 깎고, 쏘는 거지 않아요. 그래야 이빨이 든든한가 봐요. 그래서 종이와 나무를 쏘는데, 달러는 종이 질이 좋기 때문에 쏠아서 둥지로 날라가고…"
러시아 벌목장에서 힘들게 달러를 벌었던 한 북한 재소생(러시아벌목 근로자)도 구들장 밑에 돈을 숨겼다가 지폐에 절반정도 좀이 먹어 너무도 분개해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외화를 숨기는 방법은 벽에 구멍을 파고 넣거나, 땅에 묻는 방법이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생활했던 탈북자들은 달러를 금고에 넣으면 보안원들이 예고 없이 검열하면 발각될 위험이 크고, 또 천장에 넣었다가는 쥐의 습격이나 화재로 인해 타버릴 수 있어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또 어떤 주민들은 단기간에 소비하는 외화를 이불장이나 부엌 마룻바닥에 건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도둑이 들거나 화재가 나면 위험하기 때문에 대부분 벽을 까고 블로크를 들어낸 다음 거기에 작은 함을 넣고 그 안에 건사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또 단층집에서는 돈을 비닐에 꽁꽁 싸서 단지에 넣어 땅에 묻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향후 북한에서 주민들 사이에 사용하는 외화의 양이 늘어날수록 외화보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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