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무원들도 생계 위해 출근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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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의 간부층에 속하는 공직자들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돈을 내고 출근을 면제받아 생계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생계가 어려울 때 소속된 직장에 돈을 내고 출근을 면제받아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를 두고 속칭 ‘8.3질’이라고 하는데요. 간부층에 속하는 공무원들 중에서도 이른바 ‘8.3질’이라고 하는 제도를 이용해 생계활동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소식입니다.

뇌물을 챙길만한 기회가 없는 힘없는 기관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특히 이 제도를 이용해 생활전선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평양의 주민 소식통은 “간부도 간부 나름이어서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것은 아니다”면서 “뇌물을 챙길 기회가 별로 없는 기관의 간부들은 일반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8.3질을 해서라도 생계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공무원들의 경우 국가에서 받는 임금이 워낙 보잘것 없기 때문에 대개는 직책을 이용해 뇌물을 받거나 부인들의 경제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전언입니다. 그러나 뇌물 받을 기회도 없고 부인의 벌이도 시원치 않을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공직자 본인이 직접 생계활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이 소식통은 “평양의 공무원 중에서도 8.3을 하고 출근을 안 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은데 관리감독이 느슨한 지방의 경우는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공무원들의 8.3질은 일반 기업소 노동자들의 8.3질과 방식이 좀 다르다”면서 “일반 노동자들은 총화 때나 잠깐 얼굴을 비치고 장기간 출근을 면제받는데 비해 공무원들은 일주일에 2~3일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출근을 면제받거나 출근은 매일 하되 오전 또는 오후에 잠깐 얼굴만 비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량강도의 한 여성 주민은 “신문사에 근무하는 내 친구가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장마당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는 남편의 사망으로 딸만 데리고 혼자 어렵게 사는 경우라 소속 단위에서 비공식적으로 배려해준 경우”라고 말했습니다.

이 주민 소식통 또 “8.3으로 출근을 면제받고서 강을 이용한 밀수에 나서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변경의 밀수꾼들 중에는 이들 공무원들과 짜고 동업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공무원들의 신분을 활용해 국경 경비대의 편의를 이끌어 내기 쉽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공직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으면 업무 공백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실제로 이 같은 문제점이 불거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얘깁니다.

이들 주민 소식통들은 “조선의 공무원들은 위에서 시키는 일만 적당히 하는 시늉만 하면 된다는 풍조에 젖어 있다”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늑장 처리되거나 묵살되어도 이를 제기(항의)하는 사람들도 없고 상부기관에서 질타하는 일도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