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의 가을걷이(추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다른 해와 달리 유독 올해의 북한 가을걷이가 특별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식량 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금년 들어 전격 시행한 협동농장 분조관리제의 첫 결과물이 나오는 올해 가을걷이를 앞두고 농민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당초 약속한대로 수확물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량강도 주민소식통은 작년에 분조관리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농장에서 있었던 사례를 들면서 “분조관리제 시행 첫해인 금년에 당국이 약속한 분배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작년에 분조관리제 시범농장이었던 한 농장에서 예년보다 많은 알곡 생산을 달성해 푸짐한 분배가 이루어졌으나 갑자기 간부들이 태도를 바꿔 국가에 도로 바치도록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은 김정은 제1비서에게까지 보고되었고 김정은이 “농민들의 갸륵한 성의는 받아들이되 그래도 국가에서 약속한 일이니 돈으로 환산해 지급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농민들은 알곡 대신 돈을 몇 푼 받긴 했는데 도로 바친 알곡을 국정가격으로 환산한 금액이기 때문에 받으나 마나 할 정도의 보잘것없는 돈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이 주민 소식통은 이어서 “농장원들 사이에서는 분조관리제를 정식으로 시행한 금년이라고 해서 이런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고 수근 대며 가을걷이를 앞두고 당국이 어떻게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얼마 전 중국에 정착한 평안북도 출신 화교 량 모씨는 “분조관리제를 본격 시행한 금년에도 약속했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제도가 실패할 것은 자명한 이치”라면서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북한당국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은이 군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올 봄에 전시 예비식량을 풀어 배급을 시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는 량 씨는 “그렇다고 해서 북한당국이 비어있는 2호 창고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금년엔 북한의 농사작황이 좋아 풍년을 기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감안하면 약속했던 분배를 시행하기에는 그 어느 해보다 좋은 조건”이라면서 “금년 가을걷이 후 분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김정은 정권이 마음먹고 시행한 분조관리제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