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중국의 북한에 대한 투자는 비록 상승 추세이긴 하지만 높은 위험부담 탓에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중국 학자가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시장경제의식 결핍이 대북 투자를 막는 장애물로 지적됐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풍부한 광물자원과 비교적 높은 노동의 질, 저렴한 임금 등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투자환경은 여전히 매우 열악한 상태라고 중국 연변대 경제관리학원 이종림 원장이 밝혔습니다.
북중 경협 전문가인 이 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최신호에 실린 ‘중국의 대북투자 리스크와 대응방안’ 논문에서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투자 환경을 식량난, 에너지난, 외화난 등 3난(難), 저근로의욕, 저국가경쟁력, 저기술수준 등 3저(低), 그리고 생활환경의 열악, 기계설비의 노화, 제품의 질 저하 등 3악(惡)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 마디로 대북 투자의 위험성이 아직 너무 높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낮은 경제발전 수준, 시장경제 의식 결핍, 북한 시장의 무기력한 구매력, 낮은 신용 수준 등이 투자자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습니다.
이런 탓에 북한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여전히 소규모로 이뤄지면서 대규모 투자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도 북중 간 경협이 겉보기처럼 그리 잘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임을출 교수: 지방정부 차원의 북중간 경협조차 지금 잘 진행되고 있느냐 하면 꼭 잘 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추진돼온 양측의 경협은 사실은 비공식적 영역도 많고 또 교류 협력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한편 논문은 북한에 진출했던 중국 기업이 직접 겪은 대북 투자 방해 사례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중국 연변대 농학원이 최근 평양 부근과 황해도 등 4개 농장에서 한 잎담배 시험 재배의 경우 중국인이 직접 감독했던 평양 부근 농장은 성공한 반면 북 측에 맡긴 황해도 2개 농장은 실패했습니다.
북 측이 지원된 비료와 농약을 다른 식량 재배에 전용하는 바람에 잎담배 생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북한은 잎담배 생산을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중국 측이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이 사업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1997년부터 북한의 무산철광에서 광산개발에 투자해온 옌볜 천지공업무역공사의 경우 공장 내에 설치된 엔진 등의 시설이 수시로 유실되기도 했다고 논문은 폭로했습니다.
이 회사는 이 밖에도 북한 측 고위 관리자들이 식량, 전자제품, 담배 등을 수시로 요구하는 바람에 이를 제공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