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측이 개성공업지구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남측 기업인을 억류할 수 있는 시행세칙 조항을 신설해 남측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남측의 통일부는 북측의 이번 시행세칙이 남북 간에 합의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이 지난해 개성공업지구 남측 근로자의 임금 인상 규정을 일방적으로 고친 데 이어 남측 기업인을 억류할 수 있는 규정까지 새로이 만든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북측이 제정한 시행세칙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기업이 남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의 지시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하며 배상 능력이 없을 경우 재산을 몰수하고, 재산도 없을 경우 책임자를 손해배상이 끝날 때까지 억류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의뢰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남측 기업인의 억류는 남북이 합의한 신변안전에 관한 규정에 어긋난 겁니다.
‘개성공업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기본합의서’에 따르면 북측 관리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남측 기업인에 가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조치는 추방입니다.
북측의 기업창설운영규정 시행세칙은 기본적으로 남북 간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업지구법과 관련한 규정은 북측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하위법인 시행세칙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사업준칙은 남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작성해 두 가지를 서로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노동규정은 북측이 일방으로 개정할 수 있는 성격이지만, 시행세칙은 북측이 작성할 경우 남측과 협의해서 최종 집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남북경협 전문가들은 북측이 임금인상 상한을 없앤 것과 함께 신변 문제까지 거론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 : 시행세칙 조항에 '기업인 억류'를 포함했다는 것 자체가 향후 개성공단 정상화나 투자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편 북측은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남측에 총 17개의 개성공업지구 시행세칙의 변경 또는 신설을 통보해왔지만, 이 중 남측과 협의를 거쳐 시행하고 있는 세칙은 ‘자동차 규정 시행세칙’ 하나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