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성공단기업 건의문 접수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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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개성을 방문해 북측에 건의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북측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기업측 대표들은 "할 이야기는 다 하고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당국 간 접촉의 향배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비롯한 입주기업 대표단이 18일 개성을 방문해 북측 당국자들과 2시간 가량 면담한 후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면담 분위기는 “좋았다”고 참석자들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국 간 대화가 아니어서 북측의 일방적 임금 인상 시도로 시작된 남북 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날 남측 입주기업 대표단은 북측의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등과 만나 북측의 일방적 임금 규정 개정 등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하고자 했지만 북측은 문건 접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건의문에는 남북 당국간 협의를 거쳐 노동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남측 기업 대표들은 면담 과정에서 북측과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우리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무엇을 타결짓기 위해서 간 것이 아니고 기업들의 입장과 의견을 그쪽에 그대로 전하러 갔기 때문에, 그 자체는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해서, 기업 입장에서는 할 이야기는 다 하고 온 것으로…

이날 면담은 북측이 일방적으로 제기한 노동자 임금 인상 통보를 놓고 남북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북측은 지난해 11월 최저임금 인상 상한선 폐지 등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13개 조항을 일방적으로 개정하고 지난달에는 월 최저임금을 3월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남측에 통보했습니다.

남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개성공단 공동위원회’를 열어 임금 문제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남북 합의에 따르면, 북측 노동자의 임금 인상 상한선은 5%이며, 매년 8월 1일 양측의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날 남측 기업 대표들과 북측의 면담 분위기가 “좋았다”는 점을 미뤄볼 때 북측도 2년 전 개성공단 폐쇄 사태의 반복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추정합니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도 “개성공단 폐쇄까지 예상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사항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관계 발전과 교류협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은 2013년 4월 초 북측이 일방적으로 통행을 제한하고 노동자를 철수하면서 130일 넘게 조업이 중단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