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통행제한은 자해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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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 제한 조치는 김정은 정권의 이익에도 반하는 비이성적 결정이라며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 전망을 더 어둡게 할 거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한미FTA, 즉 자유무역협정 후속 협상에서 쟁점 사안 중 하나인 개성공단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여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3일 전격적으로 꺼내 든 ‘개성공단 통행 제한’ 카드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의 비이성적 의사 결정이 하나 더 추가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커스 놀랜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날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조치가 북한에 가장 큰 피해를 줄 거라고 말했습니다.

마커스 놀랜드 부소장: 이건 정말 자해행위(self-destructive and self-defeating action)나 다름없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보도 북한 정권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만 골라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전 처장보: 현재 북한의 의사 결정이 젊은 지도자가 충동적으로 내리는 건지 또는 핵심 엘리트, 특히 군부의 조언에 따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만 가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지난 해 개성공단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던 크로닌 전 처장보는 이번 조치가 대북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걸로 예상했습니다.

크로닌 전 차장보: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아마 아무도 북한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개성공단의 중요성은 북한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다는 점인데 북한 스스로 중국에 '올인'하겠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놀랜드 부소장도 마치 북한이 중국의 한 지방 성이 되기로 작정한 듯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놀랜드 부소장: 제가 만약 북한 지도자라면 중국의 속국이 되길 원하지 않을 겁니다. 더 다양한 경협 상대를 원할 겁니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계속 고립되고 중국에 더 의존하는 길로 나가고 있습니다.

프레드 플레이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선임 정보 분석관은 북한 지도부에 개성공단의 중요성이 더 커졌는 데도 북한이 통행제한을 들고 나온 점에 주목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탓에 북한 지도부의 불법 자금원이 점차 차단돼 가고 있지만 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겁니다.

프레드 플레이츠 전 분석관 : 미국과 한국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불러 내기 위한 위협 수단이 점차 떨어져 가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선택입니다. 북한이 잠정적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열겠죠, 돈이 필요할 테니까요.

특히 북한의 이번 조치는 곧 재개될 미국과 한국 간 자유무역협정 후속 협상에서 논의될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놀랜드 부소장은 경고했습니다.

놀랜드 부소장: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개성공단 생산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결국 이런 행태를 보이는 북한 정권에 보상을 해 준다는 비난이 제기될 게 뻔합니다.

플레이츠 전 분석관도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했습니다.

플레이츠 전 분석관: 미국 의회의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걸로 봅니다. 과연 (북한 지도부의 돈 줄인)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게 윤리적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유럽의 대북 투자 자문사인 GPI 컨설턴시 폴 치아 대표는 아직 투자자들의 동요는 없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폴 치아 대표: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엔 아직 너무 이릅니다. 내가 아는 한 아직은 투자자들이 동요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한번 지켜보자는 분위기죠.

한편 미국 국무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개성공단 통한 제한 조치를 비난하고 즉각적인 통행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 이번 조치는 북한을 더 고립시키는 선택일 뿐입니다.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하고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대신 국제적 의무를 저버리고 국제 규범을 무시하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10년 전인 2004년 첫 생산품이 출하된 이후 남북 간 화해와 상생의 상징이자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왔던 개성공단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