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남북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속한 개성공단 재개를 간절히 바랍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19대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제목의 호소문입니다. 현대아산도 남측 연합뉴스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는 시간이 길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선거 유세 과정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만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이 원하는 ‘조속한 시일’ 내에 문 대통령이 관련 공약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문 대통령조차도 대선 토론회 등을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결 조건이 있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지난달 28일): 개성공단 재개는 적어도 북핵 폐기 문제가 협상 테이블로 들어와서 대화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북핵의 완전한 폐기는 아니지만 국제적인 대북제재와 발을 맞춰가면서 논의할 문제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되고 있어 남한 정부 단독으로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는 사업을 재개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4, 5차 핵실험 등을 계기로 대북제재 결의안 2270, 2321호 등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 결의안들은 북한 정권의 자금 운용에 타격을 주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발맞춰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북측 근로자 임금 등의 명목으로 매년 들어가는 1350억 원(1억 2000만 달러)가량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게 당시 남한 정부의 설명이었습니다.
이렇게 남한과 국제사회가 발맞춰 대북제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당분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는 풀기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박영호 강원대 교수: 북한이 핵에 대한 입장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전환했다고 판단할 때 (문재인 정부는)개성공단이나 금강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봅니다. 유엔 안보리 2321호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원하는 방식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 의지만 갖고 있다면 북핵과 관련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미진해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부소장: 개성공단 운영에 지장은 있겠지만 공단 내부 금융기관을 철수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면 개성공단 내에 우리은행을 개설하면 안되는 겁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교류협력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양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비로 전용된다는 우려가 있는만큼 이를 현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벌크캐시'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관광비용 등을 쌀이나 기타 다른 물자로 제공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유엔 제재와 충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남북교류와 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은 중단된지 각각 1년, 9년이 지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북핵 폐기 협상을 내걸었습니다. 북한이 핵폐기 관련 협상장에 나와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폐기를 전제로 한 협상에 선뜻 나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북한은 핵을 목숨처럼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과연 어떻게 되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