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해외합작법인으로 유일한 휴대전화 즉 손전화 업체였던 고려링크 외에 추가로 국영 이동통신사업자를 최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려링크의 최대 주주로 그 동안 사실상 북한의 이동통신사업을 독점해왔던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측은 이 새 국영 사업자와 합병을 추진중인 데요, 5억 달러가 넘는 이익금을 환수하려는 북한 당국의 '꼼수'라는 지적입니다. 조수민 인턴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유일한 휴대전화업체로 이집트 통신회사인 오라스콤이 대주주인 고려링크 외에 새 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25일 입수한 오라스콤의 올 해 1/4분기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국영 통신업체를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로 추가 선정했습니다.
미국계 대형 회계법인인 딜로이트 카이로 사무소가 작성한 보고서는 이번 조치로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국영사업자와 경쟁하게 됐다며 수익금 반출 제한에 이어 대북 휴대전화 사업에서 새 장애물을 만났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오라스콤 측이 새 이동통신사업자와 경쟁하는 대신 합병을 추진 중이라며 경영진이 이미 북한 당국과 합병에 관해 일차적인 합의를 봤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중인 마틴 윌리암스는 북한의 의도가 오라스콤의 북한 내 이동통신사업 지분을 사실상 뺏기 위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보통신 전문가인 윌리엄스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합병을 통해 북한의 새 이동통신사업자가 탄생할 경우 오라스콤의 지분율이 현재(고려링크의 75%)보다 대폭 줄어들거나 심지어 소주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윌리엄스는 특히 “북한으로선 합병을 통해 오라스콤이 그 동안 휴대전화 사업으로 번 5억 달러 이상의 수익금을 사실상 뺏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5억 달러의 현금을 오라스콤에 줄 능력이 없다”며 이같이 내다봤습니다.
결국 오라스콤에 내 줘야하는 수익금을 주지 않으려는 북한의 ‘꼼수’라는 겁니다.
한편 보고서는 올 해 3월31일 기준으로 오라스콤이 고려링크를 통해 보유중인 총 자산이 58억4천400만 이집트 파운드(약 7억6천600만 달러)로 이 중 현금 자산만 41억2천만 이집트 파운드(약 5억4천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금 자산에 공식 국정환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북한과 실제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오라스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익금 송금이 몇 년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익금 환수 제한과 대북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어온 오라스콤으로선 새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으로 ‘삼중고’를 겪을 전망입니다.
특히 오라스콤의 대북 휴대전화사업이 국제사회의 대북투자 중 가장 큰 규모였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외국기업의 대북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