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북한 노동자들 어디로 잠적했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에 모였다가 귀가하는 쿠알라룸푸르 거주 북한 교민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에 모였다가 귀가하는 쿠알라룸푸르 거주 북한 교민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앵커 :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살해된 사건을 둘러싸고 북한과 외교적 마찰을 빚은 말레이시아가 합법적 체류 기간이 만기된 후 잠적한 북한 노동자 117명의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 대규모 탈북 시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전해집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불법 체류자 단속을 피해 잠적한 북한 노동자 117명이 사라왁 지역 탄광촌에서 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레이시아의 현지 매체 관계자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한글과 영문 매체인 코리안 프레스의 김경태 발행인은 북한 노동자의 대규모 잠적과 말레이정부의 자수 최후 통첩을 김정남 사건 이후 불편해졌다고 알려진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와 연계해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경태 발행인: 김정남 사건은 정부간 협상으로 정리됐습니다. 두 나라 관계가 정상화됐죠. 북한 대사관도 평상시처럼 업무하고 있습니다.

김 발행인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말레이시아 업체와 말레이시아 이민당국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 노동자의 대규모 추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경태 발행인 : 북한인을 고용한 말레이시아 기업은 노동자 100명 이상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되면 사업에 큰 치명타를 맞을 수 있습니다. 1주일 내로 나가라고 하지만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과 이민국의 대화가 있을 것이고 북한 노동자 대규모 추방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겁니다.

말레이시아 무스타파 알리 이민국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취업허가 기간이 만료된 북한 노동자들을 불법 노동자로 간주하고 그들을 확실히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알리 이민국장은 불체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에게 일주일 동안 자발적으로 신고할 것으로 권유한다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자수하지 않고 추후 이민당국에 체포될 경우 중대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30년 동안 거주한 한인회 관계자는 잠적한 북한 노동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노동자의 잠적 이유가 궁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인회 관계자 : 사라왁 지역이 워낙 넓어서 도심에 숨어버리면 찾기 어렵습니다. 북한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사라진 이유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탈북을 하려는 건지, 아니면 여러가지 문제가 있으니까 북한으로 돌아가면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서 그런건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인질외교에 사실상 굴복하면서 김정남 암살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 출신 여성피고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CNN을 비롯한 외신과 현지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 여성 시티 아이샤의 변호인은 11일 기자들을 만나 여성피고인들의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아이샤의 변호인은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인 여성 도안 티 흐엉이 'TV쇼 촬영을 위한 장난'이란 북한인 용의자들의 거짓말에 속았을 뿐이라면서 진짜 범인들은 범행 당일 북한으로 도주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정황에도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달 말 시티 아이샤를 포섭하는 데 관여한 북한인 용의자의 출국을 허용했다면서 이로 인해 자칫 두 여성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도안 티 흐엉과 시티 아이샤는 지난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의도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반드시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두 여성이 유죄로 판결된다면 사형에 처해집니다.

김정남 살해사건의 용의자들의 두 번째 공판은 현지 시간13일 세팡 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