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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경색으로 남-북간 교역이 중단되고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일본과의 교역도 중단되면서 북한 농수산물의 수출길이 막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데요.
왜 그런지,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함경북도 청진 주민 손 모 씨는 “예전 같으면 일반 주민들은 구경하기조차 힘든 각종 수산물들이 요즘 장마당에 많이 나온다”고 자유 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손씨는 “함경도 청진 특산물인 큰 털게 한 마리가 북한 돈으로 2~3천원, 한 마리에 2kg이 넘는 대구를 1천 5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환율로 1달러도 안 되는 액수지만 일반 노동자의 한 달 월급과 맞먹는 돈 입니다.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으로 장사나 사업으로 높은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주로 찾고 있습니다.
황해도 연안 출신 화교 두 모 씨는 “전에는 해안지방에서나 간혹 구경할 수 있던 바스래기(바지락)를 요즘에는 내륙지방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 씨가 말한 대구나 털게, 그리고 두 씨가 말한 바스래기 등은 예전엔 모두 남한 이나 일본으로 전량 수출하던 수산물입니다. 따라서 북한주민들은 이들 수산물을 장마당에서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사정은 북한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인 고사리와 송이버섯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경도 주민 주 모 씨는 “남북 교역이 활발했던 시절엔 산골에서도 고사리를 구경하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예전엔 송이버섯 채취장에 일반 주민들은 접근 하지 못하게 통제했지만 요즘은 조금 느슨해졌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농산물과 수산물 등 특산물 수출의 유일한 통로는 중국입니다. 그러나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은 이전에 남한과 일본에 수출하던 품목과 차이가 있습니다. 고사리나 들깨, 복어 같은 품목은 남한이나 일본에서는 인기가 있었지만 중국에는 물량이 충분하고 값도 눅어 수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처럼 농수산물 수출길이 막힌 것이 북한 당국에게는 외화벌이가 줄어 곤란한 상황이 되었지만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식량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
주 씨는 “값비싼 특산품이야 지금도 서민들 차지가 되는 것 은 아니지만 장마당에 전반적으로 농수산물이 풍부하게 나오는 바람에 좀 더 값이 눅은 농수산물은 일반주민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사리나 들깨, 바스래기 같은 것은 이제 일반주민들 차지가 돼서 먹고사는데 큰 보탬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화교 두 씨는 일본과 남한과의 교역이 당장 재개되지 않는 한 장마당의 이런 상황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