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시장경제화로 인해 엘리트 계층마저도 사상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풍조와 주민에 대한 당국의 선전선동의 감소를 가져왔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 센트럴 랭커셔 대학(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 헤이즐 스미스 교수는 14일 김정은 시대에는 지도계층에서 조차 정치적 이념(ideology)이 실종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스미스 교수 : 일본 치하 식민통치나 유엔 연합군에 대항해서 싸운 적이 없는 3세대인 김정은 시대에는 이념(ideology)이란 없습니다. 이들에겐 돈이나 무역 같은 것이 전부입니다.
스미스 교수는 이날 미국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신간 ‘북한: 시장과 군사정권(North Korea: Markets and Military Rule)’ 발표회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인 스미스 교수는 장마당 활성화로 인한 시장경제화 현상은 북한 주민의 의식은 물론 당과 정부 관리들의 사상에도 변화를 일으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제1세대인 김일성 국가주석 당시 엘리트 계층의 이념이 투철해 내부 갈등이 없었던 반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포함한 북한 제3세대 지도층은 경제적 이익에 따라 움직여 갈등이 내재해 있다는 설명입니다.
스미스 교수 : 최고위층의 기회주의적인 이익의 결합(opportunistic coalition of interest)이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 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북한에서 결정권을 가진 엘리트 사이에 존재하는 엄청난 긴장이 결코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이번 저서에서 북한 정권이 당과 보위부 관리들에게 조차 제대로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자, 주민의 장마당 활동이나 무역, 이동 등에 대한 국가의 통제 규정을 엄격히 집행하지 않는 관리들이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 장마당이나 무역망에 대한 관리들의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스미스 교수는 또 당과 보위부 관리들이 주민들의 사상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선전선동 노동당 관리의 수와 통제를 줄이면서 당에서의 자아비판 시간이 효과적인 주민 훈육 수단에서 암기 활동으로 변질됐다고 전했습니다.
당은 여전히 공식적인 선포문이나 국빈 방문 등 지도부가 주민과 해외에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보도하지만 주민들은 당의 강제적인 학습 시간을 조직상의 필요에 따른 형식적인 행위로 여기게 되었다고 스미스 교수는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