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최근 북한을 방문한 유럽의 경제학자는 평양 광복지구상업중심 등에서 중산층의 소비활동이 증가하는 것은 결국 북한 체제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동아시아경제사회학과의 루디거 프랑크(Ruediger Frank) 박사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2월 평양의 광복지구상업중심을 방문했는데 적어도 25가지 다른 종류의 소주와 10종류 이상의 치약 등이 팔리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프랑크 박사는 그러면서 이 같은 물건의 풍요로움은 북한의 중산층의 확산을 가져오고 결국은 북한 체제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프랑크 박사 : 북한체제의 정치적 주장은 '평등'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중산층이 점점 잘살게 되는 반면 대다수 주민들의 빈곤은 개선되지 않고 빈부차이가 커진다면 주민들은 북한체제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됩니다.
프랑크 박사는 손전화 보급대수를 기반으로 하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0만 명에 불과했던 북한의 중산층은 최근 3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광복지구상업중심에서 판매되는 많은 상품은 북한산이지만 대부분은 중국과의 합작회사에서 제조된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의 소비자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광복지구상업중심에는 바나나, 멜론, 오렌지, 배, 사과와 같은 다양한 과일은 물론 중국에서 생산된 독일제 지멘스 세탁기, 여러가지 냉장고와 평면텔레비전, 판형 컴퓨터 등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변화는 북한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회주의소비문화에서 소비자가 구매 물건을 선택할 수 있는 시장경제체제(marketization)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평양중산층이 누리고 있는 또 다른 풍요로움의 상징은 대부분의 북한주민의 반 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350달러 가량의 전기자전거라고 전했습니다. 평양 거리에서 발견되는 자전거 20대 중 한 대가 일반 자전거의 4배에 달하는 북한산 혹은 중국산 전기자전거였다는 것입니다.
프랑크 박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한 안보위기,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것 만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프랑크 박사: 북한주민들은 식량을 조달하고 생활수준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시장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국가 배급체계 등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죠. 충성심도 줄게 되죠. 그러나, 대북제재 강화로 시장에서 판매될 물건이 없어진다면 시장경제를 약화시켜 주민을 국가통제 하에 돌려 보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광복지구상업중심 이외에도 북한의 기관이나 중국과의 합작은 물론 개인이 길에서 풍선이나 장난감 등을 판매하는 등의 시장경제활동이 행해지는데, 이에 점점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참여해 중산층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