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촌 주민들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자살하거나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올겨울에도 북한 농촌 주민들의 식량난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평안북도 정주군 주민 이 모 씨는 "조선 농촌에서는 주민들의 곡(哭)소리를 자주 듣게된다" 면서 "먹지 못해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는 소식이 매일 같이 들려온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씨는 "지난해 가을걷이 후에 현물 분배를 조금 했지만 며칠 후 도로 회수해 갔다"면서 "심지어 여름에 애써 키운 돼지를 농장에 바치고 그 대가로 받은 알곡 300kg까지 도로 빼앗아 가 돼지만 도둑맞은 꼴이 됐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강냉이 50kg에 집을 팔고 온 식구가 꽃제비 신세가 된 경우도 있고 조금씩 진 빚이 누적되어 큰 빚을 진 사람 중에는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목을 매 자살한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작년에는 재작년(2011년) 보다 북한의 농사작황이 조금 나아졌다는 보도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무슨 근거로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 모르지만 사실과 전혀 다른 얘기"라고 부인했습니다. 이씨는 "작년에 가뭄에 이어서 큰물 사태가 전국을 뒤덮었는데 무슨 수로 농사작황이 좋아졌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한편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한 관료는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로 농장원들에게 현물 분배를 많이 하는 바람에 금년도 군량미 사정이 매우 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증언과 앞서 증언한 이 씨의 말을 종합해 보면 가을걷이 후 농장원들에게 상당량의 식량을 분배했지만 군량미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도로 회수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농사를 직접 짓고 있는 농촌주민들이 식량난에 내몰리는 이유에 대해 북한 주민 소식통들은 "농장원들에 현물 분배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세대주는 물론 부인들까지 농장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인들이 장마당 장사를 해서 살림을 돕는 도시 노동자들에 비해 식량사정이 더 열악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 밖에도 "협동농장 간부들이 생산실적을 실제보다 부풀려 보고하고 중앙에서는 보고된 수량을 근거로 군량미와 수도미를 징수해 가는데다 관료들의 착복까지 더해지다 보니 정작 농장원들에게 돌아갈 물량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