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평양시민들에게 공급되는 수도미와 군량미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황해도 지방 농사가 사실상 흉년이 들어 식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탈곡이 마지막 고비에서 진행되고 있는 요즘, 북한 내부에서는 수도미와 군량미 확보 때문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평양과 황해도 지방을 거쳐 국경지방으로 나온 한 북한 소식통은 "평안남북도와 자강도, 함경남도 산간지대 농사는 괜찮게 되었지만, 벌방지대 농사가 전반적으로 흉작이어서 상당한 량의 쌀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은 "황해남북도 지방은 평양시민들에게 배급할 식량을 전량 부담하고 있는 도로써, 한해에 약 100만 톤 가량을 생산해야 하지만, 현재 7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황해남도에 주둔하고 있는 인민군 4군단 군인 10만 명에게 공급할 식량도 생산해야 하지만, 올해 곡물 수확상태가 시원치 않아 후방군관(물자보급 장교) 들도 걱정이 많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내각은 최근 평양과 황해도 현지에서 비상회의를 잇따라 열고 수도미와 전연 군단에 공급할 식량 예비를 찾기 위한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북한군 4군단 군인들은 이미 황해남도 협동농장들에 파견되어 탈곡하는 족족 겉곡(껍질 벗기지 않은 벼)으로 운반해가고, 평양시 양정총국을 비롯한 수도 식량 배급기관에서도 식량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뛰고 있다는 겁니다.
이 소식통은 "대표적 곡창지대로 알려진 재령벌과 연백벌의 벼들이 올해 왕가물(가뭄)로 인해 쭉정이가 태반이어서 별로 걷어 들일 게 없다"고 현지 농업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이 같이 말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월 21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가물과의 전투에 떨쳐나선 평양시 강남군 당곡협동농장 농민들의 상황을 영상으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곳 농민들은 물바께쯔와 양동이, 심지어 비닐 페트병으로 물을 날라다 메마른 논에 붓기까지 했습니다.
이 같은 혹심한 가뭄이 수도미를 전담한 황해도 지방과 평양시 인근의 농사 작황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한편, 산간지대 농사는 만족할 상황은 아니지만, 괜찮게 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연락이 된 한 초급 간부 소식통은 "평안북도와 자강도 산간지대에서는 옥수수, 감자 등의 작황이 괜찮다"면서 "특히 올해 포전관리제가 실시된 첫해에 농사를 잘 지어 어떤 농가는 약 5톤의 강냉이(옥수수)를 수확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신의주 지방의 장마당 쌀 가격은 kg당 3천 400원대로, 지난 9월 18일 조사됐던 쌀 값(당시 kg당 6천800원)보다 두 배 가량 내렸습니다.
이 소식통은 "쌀값이 내려가는 현상은 매년 가을철이 되면 되풀이 되는 현상일 뿐, 식량 분배가 완료되는 12월 초가 되면 다시 쌀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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