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남한에서는 쌀이 너무 많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공급이 많다 보니 쌀값도 떨어지고 있는데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북한에 쌀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의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지난해 424만1천t 보다 0.4% 증가한 425만8천t이 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반가워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풍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국민의 식생활이 바뀜에 따라 쌀 소비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감소하니 쌀값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5년산 쌀의 수확기 전국 평균 가격이 20㎏당 3만8천500원, 즉 미화로 33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수확기 쌀값과 비교해 8% 하락한 가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재고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9월 말 기준으로 남한의 쌀 재고는 136만t. 남한에서는 약 2천만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쌀 재고가 많아질수록 보관 비용도 커집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재고 10만t 보관에 연간 316억 원이 듭니다. 따라서 쌀 재고 136만t을 보관하려면 4천1백억 원, 그러니까 미화로 3억5천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렇다 보니 남한에서는 창고에 쌓여 있는 쌀을 어떻게든 소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 중 눈에 띄는 건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이 담긴 가장 최근 사례는 전라남도의회에서 나왔습니다. 이곳 농수산위원회 김효남 의원은 12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쌀값 회복을 위해 대북 쌀 지원 등을 당장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의 대북 쌀 지원도 끊어진 상태입니다.
김효남 전남도의회 의원: 정부에서도 시간만 나면 남북교류를 이야기하는데, 정말 우리 쌀이 지금 넘쳐나고 있어요. 정부 비축미를 농협 창고에 넣으려고 해도 창고가 남는 게 없어서 개인 창고를 빌려서 넣고 있는 형편이거든요.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도 지난달 8일 쌀 40만t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한에 지원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대북 쌀 지원 방안의 실현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쌀 지원은 인도적 문제일 뿐 아니라 남북관계와 국내 정치논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남한에서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북 쌀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는 지난 2010년 쌀값이 크게 떨어졌을 때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남한 정부는 쌀값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대북 쌀 지원 방안은 제외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 같은 배경 하에 남한 정부는 현재 쌀 재고 활용 방안으로 쌀 가공산업 육성과 수출 활성화 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동물 사료용으로 남는 쌀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남한 정부는 쌀에 대한 "국민 정서"를 감안해 이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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