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각 공장기업소의 간판을 자체 조명간판으로 교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규모 공장의 재정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당국의 지시에 주민 불만이 높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10일 “최근 중앙에서 공장기업소의 간판을 밤에도 환히 보이도록 조명간판으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4월 15일 태양절을 맞으며 거리들에 환하게 불을 밝혀 명절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의 지시에 정무원산하 국가기관과 사법, 군부관련 외화벌이 기관들은 일제히 일반 간판을 조명간판으로 바꿔 밤에도 환히 밝히고 있다”며 “하지만 소규모 공장들은 돈이 없어 당장 간판을 교체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최근 중앙으로부터 조명간판에 불을 켜라는 지시가 재차 내려왔지만 많은 공장들이 재정형편으로 간판교체를 미루고 있다”면서 “당7차대회를 위한 ‘70일전투’와 4월태양절 준비가 겹치면서 각종 부담금으로 인한 자금난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기는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4월 15일까지 조명간판을 설치하라고 독촉하는 것은 종업원들이 돈을 거두어 간판교체와 전기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풀이한 소식통은 “돈벌이가 신통치 않은 소규모 공장의 노동자들은 시기마다 종업원들에게 돈을 내도록 강요하는 중앙의 모금행태를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4월 들어 각 공장마다 조명간판으로 바꾸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며 “하지만 재정적 여력이 없는 작은 공장들은 아예 외진 골목길로 공장 건물을 옮겨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의 경우 현재 도시 중심가에는 김일성 혁명역사 사적관과 도 보위부, 도보안국, 도 인민위원회, 시보안서, 도 건설총국 등 국가 정무원소속의 주요기관과 군부 외화벌이 기관들이 늘어서있다”면서 “이들 기관들은 서로 멋있고 눈에 띄는 조명간판 달기 경쟁을 벌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규모 공장에서는 간판교체비용을 전부 종업원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고 밝힌 소식통은 “간판 조명에 필요한 중국산 태양열축전지는 시장에서 ‘빛판’으로 불리는데 100와트짜리 대형은 중국인민폐 1천~2천 위안, 10와트 소형은 80~1백 위안까지로 크기와 종류에 따라 값이 다양하다"면서 "소규모 공장이라도 간판교체비용과 기타 지원금을 모두 합하면 종업원 한사람 당 매달 100위안 이상 바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들은 태양절과 당대회를 앞두고 무조건 밤거리를 환하게 밝히라는 중앙의 지시가 가뜩이나 움츠러든 주민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