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북 지원 물품 분배 감시 원천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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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간단체가 북한에 지원한 물품의 분배 감시를 위해 단체의 관계자가 이달 초 방북했지만, 남북관계의 개선 이전에는 승인할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현장에 접근조차 못 했습니다. 호텔 앞에는 경비원이 더 많이 배치되고, 근무자들의 분위기도 견제와 감시로 경색돼 있었다고 민간단체의 관계자가 전했습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미국 민간단체의 관계자는 지난 7일 분배 감시를 위해 북한에 입국했지만 끝내 현장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비롯해 모든 분위기가 좋아져 상급 기관의 승인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현장방문을 허용할 수 없다는 북한 측 관계자의 말만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조직이 움직이는 곳이기에 이해해 달라는 겁니다.

북한 심사기관의 반대로 방북 비자를 받지 못해 한 달 넘게 중국에 체류하다 어렵게 북한을 방문했지만 이번에 방침이 새로 바뀌었다는 말에 민간단체의 관계자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부를 민간단체의 대표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회견에서 이미 1개 컨테이너 분량의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했고 현장에서 분배 감시와 확인을 요청했지만 북한 측이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았다며 지원물품이 다른 곳에 전용됐을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또 단체의 관계자가 모니터링에 관한 약속을 강조하고 최소한의 신뢰를 쌓는 차원에서 약속의 이행을 요구했지만 북한 측 관계자는 영양쌀과 의약품이 제대로 전달됐다며 다른 단체가 북한을 믿고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 물품을 보내는 것처럼 이 단체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결국, 부작용을 염려한 이 관계자는 북한 주민과 아이들이 영양쌀과 의약품을 먹고 있는 모습과 지원품이 도착한 여부 등을 사진으로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북한 측 관계자도 그렇게 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그 약속마저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며 민간단체의 대표는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달 초 6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간단체의 관계자는 호텔과 주변에 경비원들이 더 보강돼 방문자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이를 보고하는가 하면 평소 친절했던 호텔 내 근무자들의 태도도 이전과는 달리 많이 경직되거나 말과 행동에서 서로 견제하는 것을 느낄 만큼 평양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평양의 경제 상황은 올해 초 방북 때보다 더 좋지 않았으며 거리 내 상점의 물건이나 투숙한 호텔의 식사 수준도 더 형편없었다고 단체의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수년째 북한에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해 온 이 민간단체는 과거에도 당장은 정확한 분배를 약속하면서 지원할 때마다 말이 바뀌는 북한의 태도로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민간단체의 대표는 결국 또 분배 감시에 대한 약속을 어긴 북한이 야속하지만 굶주린 북한 주민과 어린이를 생각하면 지원을 멈출 수도 없어 앞으로 지원에 관한 내부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 남포항에 도착한 1개 컨테이너 분량의 식량과 의약품의 지원을 잠정 연기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