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북한도 큰물피해에 이은 가뭄피해로 유례없는 흉작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 올해 농사가 망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앞으로 닥칠 식량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당대표자회를 앞둔 북한이 언론매체를 통해 올해 경제건설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식량난에 직면한 주민들의 시름은 나날이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화폐개혁 후유증으로 인한 생활고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알곡생산마저 기대할 것이 못돼 내년에 다시 고난의 행군을 겪지 않을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무역사업으로 북한을 자주 드나드는 중국 도문시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큰물피해에 대해 크게 떠들고 있지만 내가 돌아본 바로는 가뭄과 고온현상에 의한 피해도 적지 않다”면서 “무역부분 당사자들도 내년도 식량난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내부적인 불안상황을 보이지 않기 위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이런 점이 더 큰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지금 당장 북한에 시급한 것은 개방도, 외부 지원도 아닌 농업개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라진-선봉시에서 성게알을 받는 대신 농업물자를 공급하고 있다는 이 사업가는 자신이 만나본 북한 무역일꾼들과 농업일꾼들은 하나같이 중국의 농업생산방식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들 스스로가 현재 북한의 농업생산방식을 가지고서는 절대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안북도 신의주 쪽이 큰물피해를 보았다고 하는데 함경북도 지방은 오히려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으로 농사를 망쳤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라진-선봉시와 회령시, 온성군을 비롯한 함경북도 국경지역들에서는 이상고온현상에 가뭄이 지속되면서 강냉이, 벼, 콩을 비롯한 알곡작물의 조숙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협동농장들에서는 아직 채 익지도 않은 강냉이가 누렇게 변해 벌써 가을을 하는 밭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양강도의 또다른 소식통은 “강냉이와 콩은 여물지도 않았는데 벌써 잎이 누렇게 변하고 있다”며 “감자도 잎만 무성하고 파보면 알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7월 20일 경에 내린 장맛비로 양강도에서도 1천정보 이상의 농작물 피해를 보았는데 그 뒤로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아 논밭이 터 갈라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농사가 제대로 안돼 벌써부터 내년도 식량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평안남도와 평안북도 지역에서 큰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많았는데 그와는 반대로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방은 가뭄피해가 심각하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최근 연락이 닿은 평안북도의 한 주민은 “신의주만 큰물피해를 본 것이 아니다”며 “용천군과 구성군을 비롯한 평안북도의 여러 지역이 많은 피해를 보았고 평안남도 개천군의 경우는 논밭의 70% 정도가 물에 잠겨 대부분 수확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큰물피해의 원인에 대해서도 농민들의 무관심 때문에 더 큰 손해를 보았다며 집단주의 농업체제에 기초한 북한의 농업생산방식을 비난했습니다.
위에서는 아무리 장마철 대책을 철저히 세우라고 떠들어도 정작 밑에 간부들이나 농장원들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든 우박이 쏟아지든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 집과 밭이 손해를 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불러왔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밭에 심을 곡종까지 국가가 다 지정해 주는 것은 접시에 국을 담아먹고 물병에 떡을 담아 먹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우둔한 행위”라며 “그나마 지어놓은 낱알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다 수탈해 가는데 누가 농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냐?”고 당국의 농업정책을 비난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식량난을 해결하려면 알곡생산을 농민들의 의지와 노력에 맡기는 것이라며 “농민들에게 땅을 나눠주어 식량문제를 해결한 중국식 농업개혁을 북한에도 도입하는 것이 당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