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 당국이 민간단체의 지원 물품을 임의로 배분해 추가 지원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의 관계자들은 식량과 의류, 의약품 등 지원 물품이 원하는 곳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이 어려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민간단체 대표는 지원 물품에 대한 북한의 임의 배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수년째 북한을 지원해 온 이 단체의 대표는 지난해 말에 이어 다음 달에도 식량과 의약품을 북한의 평안북도 지역에 전달할 계획이지만 북한 당국이 민간단체의 모니터링을 불쾌해하고 지원 물품을 다른 지역에 임의로 배분하려 해 추가 지원을 전개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또 마음대로 배분하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도 파악할 수 없고 "계속 간섭하려면 보내지 마라"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 다음 달에 보내기로 계획한 쌀과 콩 등이 담긴 지원 물품을 어떻게 전달하고 관리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이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민간단체 대표: 가지고 오면 다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는데 왜 와서 우리에게 간섭하느냐, 어디로 가든지 남는 것 주면 되지 않겠느냐, 간섭하려면 보내지 마라." 이렇게 말하거든요. "다 굶고 그런데 나눠 주면 어떠냐?"라는 것이 그쪽의 시각이거든요.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민간단체의 관계자도 지난해 말 북한에 의류를 지원할 때 다른 곳으로 유통될 것을 염려해 평범한 옷을 보냈지만 북한 측이 화사하고 예쁜 그림이 그려진 옷을 요구했다며 당이나 다른 곳으로 배분될 가능성을 염려했습니다. 지원 물품을 준비하는 일보다 돕고자 하는 곳에 제대로 전달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북한 당국은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에 관해서도 지난해 3월 말 북한의 갑작스러운 철수 요구로 미국의 민간단체가 모두 철수한 뒤 미처 배분을 끝내지 못한 식량 2만 2천 톤을 임의로 처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분배하지 않고 남은 식량을 예정된 수혜자들에게 배분했다고 미국 측에 통보했지만 구호요원의 감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북한 측의 주장을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지원 물품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임의 배분이 대북 지원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도 지원한 식량이 정말 필요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적절히 확인할 수 있어야 식량 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의 관계자는 최근 화폐개혁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북한 측이 이전보다 더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으며 지원 물품에 대한 임의 배분의 타당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