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올 농사 작황 좋다” 풍년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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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으로 허덕이던 북한 농민들의 얼굴에 모처럼 희망의 빛이 돈다는 소식입니다. 올감자와 햇보리를 비롯한 애벌 농사가 풍작인데다 올해는 어부들도 적지 않은 물고기를 잡아 올리면서 상당히 고무되어있다는데요.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장사목적으로 함경남도 리원군에 갔다온 함경북도 무산군 주민 이성화(가명)씨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흥분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애벌농사가 예상외로 잘돼 식량난에 허덕이던 농민들이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데다 전반적인 농사작황도 예년에 비해 상당히 양호하다 합니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내년에는 가혹한 식량난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농민들의 기대심리를 그대로 전하면서 이씨는 “올감자가 정보당 30톤씩 생산됐고 지금 탈곡중인 햇보리도 농민들의 말대로라면 정보당 8톤 정도는 날 것 같다”면서 “두벌 농사를 짓던 중 올해처럼 애벌(전작)농사가 잘 된 적은 없다고 농사꾼들이 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농장들마다 수확한 햇곡식을 농민들에게 일정량 분배해주면서 김매기 실적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 다시마 양식을 비롯한 바닷가 농사(양식)도 잘 된데다 연안에서 물고기도 많이 잡혀 농민들뿐 아니라 어부들도 한껏 들떠있는 분위기라고 이씨는 전했습니다.

함경남도 홍원군을 오가며 물고기 장사를 한다는 양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청어 떼가 자주 나타나면서 어부들이 노를 젓는 쪽배를 타고 나가서도 물고기를 잡아내고 있다”면서 “청어와 임연수 같은 고급 어종들이 잡혀 어부들도 바다에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디젤유만 있다면 큰 배들을 가지고 멀리까지 나가 숱한 물고기를 잡아낼 수 있는데 지금은 가까운 바다에 나가 조금씩 밖에 못 잡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이 주민은 “올해는 해군부대들에서 디젤유에 대한 통제가 너무 심해 어부들은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대부분의 디젤유가 군부대들에만 공급되고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중 국경 일대의 주민들은 중국 밀수업자들이 약초를 마구 사들이고 있어 약초채취에 매달리고 있다는 얘깁니다.

함경북도 연사군의 한 주민은 중국 밀수업자들이 “올해 봄부터 오갈피와 드롭, 참나물과 같은 산나물들을 많이 요구한다”면서 “지금은 고사리 밀수와 함께 룡담초, 세신, 삼지구엽초, 황기를 비롯한 약초 밀수가 활발해 당장 식량사정이 급한 사람들은 산으로 총 출동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의 호황은 일시적이며 크게 기대할 것은 못 된다는 부정적 입장도 함께 표현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올해 북한지역 전반에 걸쳐서 애벌농사가 잘 되었다고 하지만 애벌농사를 짓는 농지면적은 급격히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벌(전작)농사를 지은 밭에서 두벌 농사를 지을 작물들이 마땅치 않은데다 지금의 비료수급 상황에서는 두벌 농사의 풍작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올해 북한 당국도 두벌농사에 대해 크게 장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애벌농사의 풍작은 날씨가 잘 도와준 덕인데 앞으로 좋은 날씨가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껴서인지 언론매체들을 통해 장마철 비상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호소하는가 하면 지난해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송충과 벼 대벌레를 비롯한 병해충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병해충 예찰소조’활동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