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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을 맞아 북한에서 배추와 무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반철농량’인 김장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들의 걱정이 커가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배추밭을 통째로 차지한 군대들이 밭에서 장사를 하는 등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월동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반철농량’이라고 부르는 배추와 무를 장만하느라, 전체 주민들이 총동원됐다고 국경지역에 사는 박정철(가명)씨가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박씨는 “올해 배추와 무 등 김장용 남새가 턱없이 모자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면서 “함경북도 무산군 창열 노동자구에서는 배추 1kg에 150원, 무(kg)는 100원까지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쌀 가격이 kg 당 1천 원 선에서 거래된다고 볼 때 남새 값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박씨는 “현재 광산에서는 식구 1인당 배추 10kg, 무는 6kg씩 주었다”면서 “4인 가족이 한해 겨울을 먹고 살자면 배추와 무가 각각 5백kg정도 있어야 하는데, 김장감이 모자라 야단났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올해 자기 가정이 김치를 하자면 북한 돈으로 약 10만 원가량 있어야 하는데, 광산에서 내주는 월급 3천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 군인들은 협동농장 남새밭들을 통째로 넘겨받아 김장전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무산군 농촌경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인민군대의 김장준비를 우선적으로 보장해주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와 군대들이 농장밭들을 떼 맡았다”고 말했습니다. 실례로 무산군의 한 협동농장에서는 인근 주둔 군부대들에게 전체 남새밭 면적의 40% 가량을 넘겨주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자, 군대들 속에서는 남새를 몰래 팔아 이득을 챙기는 편법이 발생하고 있다고 현지 주민들은 말했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김정환(가명)씨는 “군대들이 장마당 시세보다 kg당 약 50원정도 낮게 팔기 때문에 야채 장사꾼들이 군대에게 붙는다”면서 “농사는 농민들이 죽게 해놓고 오히려 군대들한테서 사먹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돈 없고 안면 없는 주민들은 가을이 끝난 밭을 헤매면서 꽁다리 무나, 배추 떡잎을 주어 연명하려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현지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북한에서 김장남새가 부족한 이유는 홍수로 많은 밭 면적이 매몰, 침수된 데다 8월 말까지 늦장마가 계속되면서 남새 종자 씨붙임이 잘 되지 않은데 원인이 있다고 이곳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장마당에서 고춧가루, 마늘, 젓갈 등 각종 양념재료의 가격도 높아진데다, 소금생산이 크게 줄어들어 중국에서 들여오는 돌소금으로 김치를 담그고 있어 주민들의 애로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