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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식량기구가 발표한 북한의 작황 보고서를 보면, 2010년의 작황이 2008년보다 110만 톤이나 증가했습니다.
불과 2년 만에 북한의 곡물 수확이 30%나 늘어난 이유를 김진국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유엔 산하 식량구호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16일 발표한 ‘북한의 작황과 식량안보 보고서’를 보면 북한에서 내년 초까지 생산 가능한 곡물량은 쌀 158만 톤과 옥수수 168만 톤, 감자 59만 톤 등 448만 톤으로 추정됩니다.
유엔 기구 조사단은 지난 9월 일주일 동안 북한을 방문해 10개 지역 협동농장에서 수집한 자료와 북한 당국이 제출한 작황 통계를 분석해 예상 생산량을 산정했습니다.
보고서는 올해 11월부터 내년 10월 말까지 필요한 곡물 535만 톤에서 생산 예상치인 448만 톤을 제외한 86만 7천 톤이 북한의 내년도 곡물 부족량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의 ‘2008년 북한 작황보고서’가 부족한 곡물량으로 산출한 180만 톤의 절반보다 적은 양이어서 북한의 부족한 식량 규모가 2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느냐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부원장은 유엔 기구의 작황 추정치가 과대평가됐다고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통화에서 분석했습니다.
권태진:
FAO와 WFP가 발표한 작황 예상치에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쌀 수확량이 과대평가 됐다고 봅니다. 보고서를 보면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이 4.26톤으로 지난해 4.1톤보다 4%가량 많아졌다는데요, 농업기술이 앞서 있고 기후 조건이 거의 같은 한국의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8% 이상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북한의 쌀 생산이 늘었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 부원장은 쌀과 감자 생산량이 과대평가됐을 뿐만 아니라 전체 생산량도 쌀을 제외한 감자와 옥수수 등 다른 곡물은 도정 전의 전체 무게를 생산 추정치로 계산해서 실제보다 10-15% 더 많은 생산추정치를 산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태진:
보고서가 북한의 생산량이라고 밝힌 448만 톤을 식량으로 사용할 부분만 계산하면 410만 톤으로 약 40만 톤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과대평가됐다고 보는 겁니다. 특히 2008년보다 100만 톤 이상 생산량이 늘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년 만에 북한의 곡물 생산이 110만 톤 이상 늘었다는 의문과 관련해 조사단 대표로 북한을 방문했고 보고서 작성을 책임졌던 식량농업기구의 키산 군잘 박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통화에서 수확 시기와 단위의 차이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설명했습니다.
키산 군잘:
2008년에는 북한당국이 모든 곡물 생산치로 찧은 후의 정곡(milled) 수치를 썼습니다. 옥수수나 콩은 정곡 수치를 쓰면 약 15% 정도 줄어듭니다. 2008년 보고서에 북한의 생산 추정치를 356만 톤으로 발표했지만, 가을 추수철까지의 생산 추정치입니다. 이후 겨울철 추정치 40만 톤을 추가했습니다. 텃밭과 경사지 생산량도 2008년에는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2010년과 같은 조건으로 환산하면 2008년과 2010년의 생산량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군잘 박사는 식량부족량이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아졌다고 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어린이의 영양 부족 상태는 10년째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잘:
식량 부족량이 100만 톤에서 약간 낮아진다고 해서 식량문제가 나아진다고 볼 수 없습니다. 북한의 곡물 생산량과 필요량의 차이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는 북한 주민의 고통은 더 커질 것입니다.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은 5세 이하 어린이 100만 명을 비롯해 임산부, 유치원생, 노인 등 2011년 11월까지 식량지원이 필요한 북한 주민의 수가 500만 명에 이른다면서 30만 5천 톤의 식량을 국제사회가 원조로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