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량난 이후 초보적 시장경제 싹터”

MC:

미국 의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의 실상을 듣기위한 비공개 청문회가 18일 열렸습니다.

북한군 ‘상좌’ 출신으로 한국에 입국한 후 대북 정보원으로 활동한 탈북자 김주성(가명) 씨는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 주민들은 국가의 배급이 중단되고 외부의 식량 지원이 줄어들자 자율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전보다 경제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며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경제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탈북자 김주성 씨는 이날 미국 의회에서 열린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해 국가의 배급이 중단되고 미국과 한국에서 북한에 제공하던 대규모 식량 지원도 끊기자 주민들 스스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자율권이 생기면서 오히려 경제적 사정이 더 나아진 가정이 많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집의 뒷마당을 활용해 곡식과 야채 등을 심어 식량부족분을 메우거나, 어촌에서는 물고기를 잡아 장터에 내다 팔아 생활에 보태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초보적이긴 하지만 자율적인 시장경제가 북한 사회에 스며들면서 실제로 북한주민들의 생활상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북한군 상좌 출신으로 2001년 한국에 입국한 후 한국의 정보 사령부에서 대북 정보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김 씨는 이날 청문회에서 미국의 대북식량 지원에 대한 의회 관계자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김주성 : 북한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식량 지원을 되지 않으니까 생활이 더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식량 배급을 받으면 공장에 나가서 일해야 하지만 배급이 없으면 자율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도록 내버려 둡니다. 신체적 자율이 생기는 것입니다. 식량을 스스로 공급하면서 전에 배급받을 때는 쌀 600그램으로 한달을 살아야 했던 가정이 최근에는 6 킬로 그램까지 벌어 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무역이 활발한 국경 부근의 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대부분 매일 쌀밥을 먹고 있으며 나진 선봉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고기도 질려서 먹기 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식량의 공급과 유통이 활발하다고 김 씨는 말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의 식량난이 지속되고 외부의 식량 공급도 끊기면서 북한의 체제를 유지하는 군대의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고 김 씨는 말했습니다. 과거 외부에서 식량이 지원되면 가장 먼저 공급받는 대상이 군대였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식량지원을 중단하면서 군대에 대한 식량공급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씨는 최근에는 군대에서 두끼 먹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씨는 이어 북한의 시장경체제의 활성화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북한 당국의 배급이 줄어들면서 개인에 대한 국가의 통제 능력도 상실해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와 함께 시장에서 이동의 자유와 정보의 유통을 전보다 많이 누리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도 나아지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 당국이 시장경제체제의 활성화를 통해 체제가 와해되는 일을 막기 위해 뒤늦게 시장을 금지하고 상거래를 단속하고 나섰지만 이미 스스로 먹고사는 법을 터득한 북한 주민들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주성: 지금 북한의 통제는 이제는 막을 길이 없습니다. 시장을 통제하든 활성화하든 암거래를 통해 모든 물량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김 씨는 또 이번 청문회에서 식량 문제 외에도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며 북한에서 인권 유린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회 관계자의 질문에 대해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체제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증언했다고 전했습니다.

즉 북한 당국은 효과적인 체제 유지를 위해 주민들을 성분에 따라 나누어 통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신분에 따라 교육에서부터 직업, 결혼 등 인생의 많은 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주성: 청문회에서 김정일 통치 체제로부터 직접적으로 유린되고 있는 북한 인권의 사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태어날 때부터 성분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평생을 탄광에서 일해야 하고 누구는 평생 농사를 짓고, 어떤 이는 간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간부로 사는 노예적인 봉건적인 통치제도가 아직 북한에 살아 있습니다.

김 씨는 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누리고 억압받는 인권과 자유의 정도와 범위도 성분에 따라 나뉘어지는 실정이며, 한번 정해진 성분을 위로 상승시키는 일은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