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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부족으로 최근 북한의 량강도 지역에서 감자벌레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업전문가는 토양의 영양분이 유실되지 않도록 돌려짓기를 하고 친환경적인 살충제를 사용하면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최근 한국의 대북인권단체 소식지는 살충제 부족으로 인한 량강도 대홍단군 농장들의 감자 벌레 피해가 심각해 올해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홍암농장의 경우 한 작업반에서만 7정보가 피해를 입어 올해 수확 자체가 어렵게 됐다면서 살충제에 사용되는 헥사클로란(hexacloran)은 폭약의 원료로도 사용돼 농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다고 소식지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협동농장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활동했던 미국의 농업전문가는 병충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첫 단계로 윤작 즉 돌려짓기를 권했습니다. 살충제가 부족해도 감자, 보리, 콩 등을 해마다 돌아가면서 심으면 벌레피해가 확산되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과학원의 농업과학자였던 탈북자 이민복씨도 북한에서는 연작을 하면서 해마다 6월에서 9월까지 습한 기간에 해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민복 전 농업전문가: 질병과 해충에 많이 걸리는 이유는요, 북한에서 한 토양에 같은 작물을 반복해서 심는 연작을 하기 때문입니다. 병이나 벌레가 한해 하나 생겼던 것이 다음 해엔 열, 그 이듬해엔 백 이런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이씨는 한해 감자 벌레가 생겼어도 다음해엔 윤작, 즉 돌려짓기를 해서 콩을 심으면 감자 벌레가 콩을 못 먹기 때문에 벌레피해가 줄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식량농업기구 FAO의 티어도어 프리드리히 곡물생산체계담당관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돌려짓기를 하면 자연적으로 병충해 위험을 줄일 수 있고 토양에 영양분이 충분해 튼튼한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또 친환경적인 병충해 관리제나 기생벌과 같은 천적을 이용하면 사람의 몸에도 해로운 화학 살충제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곡물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열대식물인 님 나무 즉 인도멀구슬나무 열매에서 뽑은 기름은 100% 식물성 살충제로 친환경 병충해 방제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스위스개발협력처 SDC와 같은 국제단체는 북한에서 화학살충제 사용을 줄이고 인체에 해롭지 않은 식물성 살충제를 사용하는 통합적인 병충해 관리 체계(Integrated Pest Management System) 운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편, 네덜란드의 바게닝겐 대학의 마텐 용스마 박사는 강수량이 많아 습한 8월에 북한에서 곰팡이로 인한 질병인 감자 역병이 빨리 퍼진다고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용스마 박사:
습기가 많은 8월 초에 감자역병이 퍼지면 감자알이 충분히 자라지 않았더라도 수확을 해야 합니다. 너무 일찍 수확을 하기 때문에 수확량이 많이 줄게 되죠.
농업 기술 연구로 알려진 이 대학에는 북한의 과학자 두 명이 유럽연합의 지원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십여 명의 연구원과 감자 역병(late blight)에 내성이 있는 품종을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