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사목적 식량 모두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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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궁기 들어서면서 부족한 식량을 충당하기 위해 북한 권력기관들이 쌀을 사재기하고 있는 개인과 외화벌이 기관들을 수색해 무상으로 몰수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춘궁기 들어 북한의 쌀 가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북한 당국이 “올해 상반기까지 식량배급을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한 후 대대적인 검열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이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주민강연회에서 (식량배급을)정상화한다면서 외화벌이에 검열을 진행하고 국가장부에 등록되지 않는 식량을 모두 압수해서 국가 식량공급소에 다 넣습니다.”

함경북도 지방의 보안서에서는 주민들을 모아놓고 “일부 사람들이 비쌀 때 팔 목적으로 쌀을 무더기로 보관하고 있는 것은 자기만 잘살겠다고 하는 개인 이기주의 행위”라고 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식량을 보관하고 있는 가정들을 적발해 압수한다는 것입니다.

보안원들이 인민반장들을 앞세우고 밤에 숙박검열을 한다고 하지만, 실은 숙박검열을 빙자하고 식량을 보유한 집들을 골라서 수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통은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얼마 전 가택수색을 당한 한 주민의 말을 인용해 “보안서에서 한 세대가 200kg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장사목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손전지를 들고 윗방에서 창고바닥까지 발로 굴러보며 뒤지는 모습은 과거 일제 경찰이 군량미를 찾아낼 때보다 더 심하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에서는 오직 식량만이 유일한 ‘재산지킴이’라는 인식이 굳어졌습니다. 북한 원화와 외화가격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돈보다 식량이 더 안전하다”면서 식량을 대대적으로 사놓았습니다.

보안서의 식량 검열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사놓은 식량을 김치움이나 지하실 등에 감추느라고 하지만 보안원의 검열을 피하기가 어렵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함경북도 지방의 가족들과 연락하고 있는 탈북자 한강혁(가명. 35세)씨도 “우리 집도 작년에 쌀 1kg에 200원씩 할 때 700kg을 사놨는데 요즘 검열이 붙어 야단났다”는 가족들의 걱정을 들었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쌀을 뺏기지 않으려고 창고바닥을 파고 감추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진시의 쌀 장사꾼들 가운데는 한 사람이 보통 1~2t 가량의 식량을 사놓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한강혁 씨는 말했습니다.

한편, 인민무력부 검찰소도 외화벌이 회사가 보유한 식량을 단속하고 있다고 중국과 변강무역을 하는 한 북한 무역상인이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무역상인은 “청진 주둔 9군단 검찰소가 함경북도에 기지를 두고 있는 외화벌이 회사 창고들을 뒤져 식량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군부가 식량단속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 무역상인은 “화폐개혁 이후 쌀값이 오르는 이유가 외화벌이 회사들이 쌀을 대량 보유하고 풀지 않기 때문”이라는 제의가 중앙에 보고되어 국방위원회가 식량 단속을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동해안 일대에 자리 잡은 외화벌이 회사들은 대부분 북한군 소속 외화벌이 기관으로, 사회 감찰기관이 통제할 수 없는 제한성 때문에 인민무력부 검찰소가 맡았다고 이 무역상인은 덧붙였습니다.

작년 12월 28일 북한당국이 외화사용을 금지하는 포고령이 내리면서 외화벌이 회사들은 달러나 위안화를 쓸 수 없게 되자, 회사자산을 지키기 위해 쌀 40~50t 가량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화벌이 회사들은 당국의 검열을 피해 군부대나 특수기관(보위부, 보안서)에 다니는 친척이나 친구의 집 윗방을 통째로 내고 거기에 밀가루나 쌀 등을 보관하고 있지만, 이번 검열을 무사히 넘길지는 알 수 없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