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한의 대구는 보수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죠.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치인의 상당수가 대구 출신인데요. 하지만 대구 시민이 인도적 차원의 북한 돕기에도 인색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 2008년부터 대구 시민의 성금으로 북한 어린이들에게 1만6천여벌의 내복을 보낸 인물을 박성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대구는 '보수' 일색의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수'라는 말 말고는 대구의 정치적 색깔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대구에 할당된 국회 의석 12개를 여당인 새누리당이 싹쓸이한 것만 봐도 보수적 색채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보수적인 도시 대구에서 북한 어린이들에게 내복을 보내주자며 모금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의 김두현 사무처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왜 하필 내복이었을까? 좀 더 정확히 말해, 왜 하필 어린이용 내복이었을까? 김 사무처장은 두 가지를 고려했다고 말합니다.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대구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물품이 뭘까를 고민해 봤을 때, 대구가 섬유 산업이 발달된 도시이고, 또 내복 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영세한 중소 업체들입니다. 그 업체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또 어린이 내복이니까, 이걸 보냈을 때 소위 군수품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도 없다는 게 명백하겠다. 그래서 제가 북한 어린이 내복을 보내자…
북녘에 보내는 내복은 3세에서 10세 사이 어린이용입니다. "북한 주민이 이걸 팔아서 다른 물건을 사 쓸 수는 있겠지만, 어른이 이걸 입을 수는 없기 때문에 군수품으로 전용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김 사무처장은 강조합니다.
내복은 2008년초 3,800여벌을 보낸 걸 시작으로, 2010년과 2011년, 그리고 2012년, 이렇게 총 네 차례에 걸쳐 1만6천여벌을 보냈습니다. 총액으로 치면, 한국 돈으로 대략 7천만원, 그러니까 미화로 6만5천달러어치입니다.
이게 모두가 대구 시민을 상대로 모금 운동을 해서 모은 돈입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김두현 사무처장은 "대구가 보수적인 도시라고는 하지만 대구 시민들이 남 돕는 일에까지 인색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해석합니다.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가장 의미있었던 일은, (내복을) 2011년에 모아서 2012년에 보낼 때 대구 보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향교에서 모금에 동참해 주셨어요. 상당히 의미있는 금액을 북한 어린이 내복 보내기에 동참해 주신게 기억에 남습니다. 유학, 유교를 하시는 어르신들이 사실은 이런 데 대부분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고 계신데, 당시엔 향교가 어린이 내복 보내기에 동참해 주신 게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년동안 북녘 어린이에게 내복을 보내기 위한 모금 운동은 그리 활발하지 못하다고 김 사무처장은 말합니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쯤 보통 1,500만원 정도를 모았을텐데, 올해는 1,000만원 정도밖에 모으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유는 냉랭한 남북관계 때문입니다. "워낙 대치 상태가 오래되다보니 이제 시민들은 자신들의 성금이 과연 내복 보내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시하고 있고, 그래서 모금 운동도 잘 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남북관계의 좋고 나쁨이 순수한 인도적 사업인 내복 보내기 운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김 사무처장은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고 말합니다. 언젠가는 남북관계가 풀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현재까지 모금한 돈으로 당장 내복을 구매해 북녘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내복 보내기 되풀이되면 '대구는 보수적인 도시'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 사무처장은 덧붙입니다.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북에 가면 이런 질문을 많이 해요. '대구에서 왔다'고 그러면 '대구에서도 오는군요'. 그러니까 북쪽도 대구분들이 조금 보수적이고 북에 대해서 적대적이라는 생각을 가지는데, 내복 보내기 운동이 대구에 대한 그런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받아서 입는 북쪽 어린이들도 대구 시민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따뜻하게 받아주었으면 고맙겠다…
김두현 사무처장이 일하고 있는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는 2003년에 설립된 대구 최초의 통일운동 전문 단체입니다. 김 사무처장은 "이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래 북한을 29번 방문했다"면서 "이는 대구 시민 중 최다 기록"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