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백두산 들쭉 밭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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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백두산 들쭉 밭을 둘러싼 북한 내 기관간의 갈등에 이어 중국 회사까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 들쭉 밭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장백산 개발총회사' 측이 이미 계약한 대로 들쭉 밭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양강도 삼지연군 일대에 조성한 들쭉 밭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간부는 “삼지연 들쭉 밭을 놓고 양강도당과 내각 농업성 사이에 치열한 다툼이 일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 기업까지 끼어들어 들쭉 밭 문제가 북·중 양국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1983년부터 1990년 사이에 백두산 근처인 양강도 삼지연군 무봉노동자구와 신무성노동자구 일대에 1천 정보(992ha)의 들쭉 밭을 조성하고 들쭉을 원료로 한 여러 가지 ‘백두산특산물’을 생산해왔습니다.

하지만 사탕가루(설탕)를 비롯한 보관재료의 부족으로 ‘고난의 행군’ 이후 양강도 ‘혜산들쭉가공공장’만 부분적으로 가동될 뿐 ‘삼지연들쭉가공공장’을 비롯해 ‘백두산특산물 가공공장’의 가동이 대부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중국 기업들이 들쭉을 대량으로 수입하면서 기존에 kg 당 중국인민폐 0.5위안도 못하던 들쭉의 가격이 지난해에는 kg당 중국인민폐 50원까지 뛰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가격이 이처럼 높게 오르면서 들쭉은 북·중 무역의 주요 수출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때문에 삼지연군 들쭉 밭을 차지하기 위한 북한 권력기관들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고 그는 얘기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무역 간부는 “들쭉을 수출해 지역발전에 이용하겠다는 것이 양강도당의 입장”이라며 “그러나 내각에서는 비료수입을 위해 들쭉 밭을 절대로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갈등의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복잡한 문제는 ‘마식령 스키장’ 설비들을 들여오기 위해 북한이 중국 ‘장백산 개발총회사’에 들쭉밭 경영권을 넘기기로 한 약속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 당국은 처형된 장성택 전 행정부장이 계약을 체결했다는 구실로 들쭉밭 경영권을 넘길 수 없다고 ‘장백산 개발총회사’에 통보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장백산 개발총회사’는 보복조치로 ‘마식령 스키장’에 넘긴 설비들의 대금상환을 압박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들쭉밭 경영권 문제를 중국 상무부에까지 제기해 자칫 북·중간의 신뢰관계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