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주, 경제 ‘좌지우지’

0:00 / 0:00

앵커: 지난 3년 간 북한 김정은 정권이 경제 분야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북한 경제는 자금력을 갖춘 시장 돈주들에 의해 대부분 좌지우지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3년간 김정은 체제가 내건 새로운 경제관리조치에 힘입어 북한 돈주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은 상당히 제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륙 지방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는 40대 한 남성은 "지금 신의주시에 주재하고 있는 무역회사와 상품 유통회사들은 미화 수십~수백만 달러를 가진 돈주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면서 "이 사람들이 빠지면 사실상 국가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돈 주들은 노동당과 군부 산하의 무역회사에 소속되어 북한에서 원자재 수출과 중국으로부터 완제품 수입까지 도매와 유통을 장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류사업차 국경지방을 자주 왕래하는 50대 남포시 사업가도 "몇십만 달러씩 가진 사람들이 서비차 화물운송과 버스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사람들은 돈을 꾸어주고 높은 이자를 받거나 송금도 해주고 이득금(수수료)을 벌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사업가는 "만일 (북한)정부에서 외화사용을 막거나 돈주들을 통제할 경우, 돈의 흐름이 막히면서 물가가 상승할 것이고, 이는 곧 일반 주민들의 생계에 큰 타격으로 되어 민심이 나빠지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은 2012년 김정은 정권 들어 공장 기업소마다 독립채산제에 기초한 경영자율권을 부여하고, 공장 자체로 원료의 조달과 생산물 제조와 판매, 심지어 대외 무역권한까지 부여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내부에서는 돈 있는 사람들은 기업소 곳곳에 편입되어 중역을 담당하면서 사실상 경제를 주도하는 주인공으로 됐다는 겁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평양시 거주의 50대 남성도 "돈 주들이 없으면 국가건설과제를 수행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면서 "최근까지 공화국(북한)에서 건설된 대규모 전시성 사업도 돈주들이 뒤에서 시멘트와 강재를 대고, 중국에서 건축자재를 들여다 장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평양 일대에 집중 건설된 김정은 우상화를 위한 창전아파트, 문수물놀이장도 이런 돈주에 의해 지어졌고, 결국 그것이 김정은의 업적으로 포장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 우상화를 위한 건설과제를 평양시 중앙기관과 내각, 군대에 맡겨주면 이 곳 책임자들은 돈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게 되고, 그들에게 특혜를 약속하고 공사를 맡기고 있다는 겁니다.

이 돈주들은 공사가 끝나면 건물 사용권을 넘겨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계약을 맺고 있으며, 노력영웅 칭호와 훈장과 김정일, 김정은 표창장을 받는 식으로 사회적 명예도 획득하고 있습니다.

북한 돈주들이 이처럼 사회적 부뿐만 아니라, 명예도 획득하게 되면서 주민들 속에서 '돈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시장 경제구도가 안정적인가에 대한 질문에 소식통들은 김정은 정권이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기 위해 고위 간부들을 공개 총살하는 등 공포 정치를 펴고 있지만,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시장의 확대를 묵인하는 등 민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최소한 김정은 정권이 안정될 때까지 돈주에 의한 북한 경제 시스템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