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은 집권 3년, 북한 경제는 현재 어디로 가고 있을까?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김정은 시대에 달라진 북한의 경제 상황을 최근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돌아온 일본의 북한 경제 전문가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고마키 데루오 전 고쿠시칸대 교수가 진단하는 시장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 일본 도쿄에서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들어 북한의 대형 상점에서 북한 상품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시장의 역할도 커지는 등 경제환경이 일부나마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고마키 데루오 전 고쿠시칸대학 교수가 진단했습니다.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북한 경제 전문가인 고마키 전 교수는 지난 10월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북한을 방문해 평양 광복지구 상업중심과 마식령 스키장 등을 방문했습니다.

고마키 데루오 : 이번에 광복지구 상업중심에 가봤는데 물건이 많이 있고 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시장의 역할이 아주 커졌다고 봅니다. 전에는 경공업품이라면 주로 중국제품이었는 데 요즘은 북한산이 많아졌습니다. 식품이나 약품 일부 구두 등 자체생산하게 됐고. 북한에서도 중국식품 좋아하지 않습니다. 북한 국내 상표가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북한이 시장의 기능을 제한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일뿐 여전히 계획경제체제 아래 놓여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고마키 데루오 : 시장과 시장경제는 다른데요. 북한에서 계획경제, 통제경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시장의 기능을 이용하고 있는 단계이고 시장경제라고 할 수 없고 북한 당국도 그걸 경계하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 북한이 올 들어 본격 시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소위 5.30 경제조치의 근간이 된 ‘김정은 노작’도 여전히 국가가 결정하는 국가계획 이외의 부분에서만 기업의 자율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고마키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고마키 데루오 :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기업이 생산계획을 만들 계획권, 어떤 생산조직으로 하는지 결정하는 생산조직권, 그리고 분배를 어떻게 할까하는 분배권, 무역 또는 합영할 권리 등을 기업에 부여했다는 건데 다만 국가전략에 관한 기본계획, 국가계획은 국가가 결정하고 그 외에는 기업이 자유롭게 그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이나 일본 기업이 자유롭게 다 결정하는 것하고는 다릅니다.
그는 이미 지난해 9월 방북때 내수용 내의를 생산하는 공장을 방문해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마키 데루오 : 어디까지나 국가계획 이외에 있어서만 (기업의 자율경영을) 결정할 수 있다는 건데 실제 작년에 갔을 때 어느 공장을 견학했는데 그 공장에서도 국내용으로 내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가계획을 초과 달성하고 그 외에 생산한 것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국가계획에 없는 제품도 평양 시내에 있는 백화점과 계약하고 따로 그 백화점을 위해서 생산하고 가격은 서로 상의해서 결정한다, 그렇게 할수 있답니다. 그러니까 국가계획 이외에 있어서는 그렇게 할 수 있답니다.
다만 그는 기업이 이처럼 비록 부분적이나마 자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한 뒤 처분하고 그 이윤을 자유롭게 분배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급여가 높아지게 돼 결국 시장에서 물건을 살 수 있게 되는 등 시장기능이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고마키 전 교수는 농업분야의 경우 경작단위를 더 세분화한 포전담당제를 시행중인데 농민 한 명이 경작을 맡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고마키 데루오 : 어디까지나 분조관리제 안에 있는 이야기인 데 분조관리제(10~25명)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고 우리가 들은 건 협동농장에서 1~3명이 책임가지고 담당한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생산한 농작물 중에서 국가에 대해서 토지사용료나 비료대금이나 농약대금을 국가에 납부하고 그 이외에는 농장에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 그리고 전에는 현금으로 분배했지만 요즘은 현물로 분배할 수 있답니다. 그러니까 농민들은 자기가 먹을 농작물을 빼고 나머지는 시장가격으로 팔 수도 있답니다.
반면 그는 대외경제부문의 경우 경제제재 아래 놓인 북한이 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여전히 걸림돌이 많아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고마키 데루오 : 외부투자는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에서도 북한에 대한 투자가 별로 없는 모양인데요, 희망으로는 이번에도 여러가지 경제 개발구 설치했고 대외경제성을 만들고 대외경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아가겠다는 그런 자세는 보이지만 실제 효과는 아직 안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고마키 전 교수는 경제 분야에서 김정은 시대 주요 치적 중 하나로 강조되는 문수물놀이장이나 미림승마장 등 대형 놀이시설의 경우 일반 주민들이 이를 어떻게 평가할 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고마키 데루오 : 부유층이라고 할까요, 그런 사람들에게서 돈을 흡수하는 그런 정책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반 주민들이 그걸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가 있는데요, 아주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늘어나면 북한 당국으로서는 아주 어려운 문제가 생기고 일반 사람들이 '우리도 앞으로 미래에는 그런 시설을 누릴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장에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고마키 전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 해 방북에서도 장마당을 직접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