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정은 3년’ 북 경제 ② 부부 간 정치•경제 역할 분담

미무라 미쓰히로 환일본해경제연구소(ERINA) 연구부장.
미무라 미쓰히로 환일본해경제연구소(ERINA) 연구부장. (RFA PHOTO/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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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정은 집권 3년, 북한 경제는 현재 어디로 가고 있을까?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김정은 시대들어 달라진 북한의 경제 상황을 최근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돌아온 일본의 북한 경제 전문가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로 미무라 미쓰히로 환일본해경제연구소(ERINA) 연구부장이 진단하는 북한 가정 내 남편, 아내 사이의 정치· 경제적 역할분담에 관해 일본 도쿄에서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남편은 비록 적은 임금을 받지만 예전처럼 국영부문에서 정치사업을 맡고, 아내는 시장에서 장사를 통해 높은 경제적 수익을 올리는, 부부 간 역할분담 현상이 늘고 있다고 미무라 미쓰히로 환일본해경제연구소 연구부장이 평가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무라 부장은 지난 4월 2일부터 9일 동안 북한 노동당의 싱크탱크, 즉 두뇌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사회과학원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미무라 미쓰히로 : 옛날에는 평양 일부가 쇼케이스라고 했는데 이제는 평양 전체가 쇼케이스가 됐습니다. 시장에서 생활하시는 분들, 장사로 살아가는 분들이 많은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영부문이 아닌데도 수입을 얻어서 사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을 하고 부부지간에 역할 분담이라고 할까, 남자는 3천원 받고 정치사업을 하고 정치적으로 어느정도 평가를 받고 그렇게 해야 평양에서 잘 살수 있지, 그런데 아주머니는 장사도 하고 여러가지 경제활동도 많이 하고 그 수입으로 가족들이 잘 살 수 있다, 그런 얘기는 많이 듣는데,….

미무라 부장은 북한 경제가 최근들어 예전에 비해 좋아진 건 이처럼 민간 부문이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다만 북한이 적극적으로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기보다는 자생적으로 생겨난 시장 요소를 마지못해 수용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무라 미쓰히로 : 북한이 지금까지 시장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조치를 제가 보기에는 실시한 바가 없습니다. 자연적으로 시장적인 요소가 북한에 생겼고 그것을 추인하는, 많이 퍼졌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고, 이 선까지는 해도 된다, 더 이상은 하지 말라는 그런 추인하는, 인정하는 그런 정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그런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민간부문에서 경제활동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제도적으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기보다는 묵인하고 있는데 불과하다는 겁니다.

미무라 미쓰히로 : 제도적으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법적인 조치, 제도적인 조치, (예를 들면) 은행, 금융기관 등을 구축해 나가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이번에 실시하고 있는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 그것도 국영기업이 어떻게 경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고 어디까지나 사회주의적인, 그래서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적인 소유를 바탕으로 기업들에게 적용되는 문제고,… .

그는 북한이 현재 실시하려는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도 아래서 국영기업의 경영활동 자유가 어느 정도나 보장될른지도 두고봐야 한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습니다.

미무라 미쓰히로 : 앞으로 각 기업들이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거기에 대한 국가적인 지도나 개입이 있을 겁니다. 북한에서 국영이 아닌, 민간 부문에 대해서 묵인을 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하는 건 앞으로 1-2년 두고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무라 부장은 또 북한 경제가 최근들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 성장을 위한 기초가 튼튼해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현재 경제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들을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방향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회복이지 고도성장의 길에 들어갔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미무라 부장은 특히 북한에서 외자유치 전망이 가장 밝다고 볼 수 있는 나진특구 조차도 투자 위험성이 높아 투자 유치가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미무라 미쓰히로 : 세계적인 수준에서 보면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나진에 대한 공동관리가 시작된 다음에 북한에서 신규 투자가 조금 들어갔고 지금은 중국의 기업들이 부동산 투자를 많지는 않은 데 어느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중국상인을 위한 창고겸 아파트도 지금 하나 완성됐고 하나 건설중이고. 그런데 지금은 너무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 기업도 본격적인 진출은 좀 몇 개 수산 양식 그리고 수산업 그런 건 좀 투자를 하고 있는데 투자액이 크지는 않습니다.

여기다 물류, 금융, 통관 등 분야별 전문가 부족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미무라 미쓰히로 : 나진에도 전문가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국제적인 물류, 금융, 수출입, 전자 통관 등에 대해 아는 전문가들은 다 평양에 있고 지방에는 없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아무리 경제개발구 투자를 유치하려고 해도 그것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잘 양성해야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을까.

한편 미무라 부장은 김정은 시대 들어 사회기반시설 확충 대신 대형 물놀이장 등 편의시설만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데 대해 북한 학자들이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외화를 국영부문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무라 미쓰히로 : 외부에서 보면 경공업 공장을 많이 건설하면 인민생활이 좋아지는데 왜 편의시설만 건설하는가 하는 의문도 있겠지만 북한의 학자들에게 물어보면 주민들이 갖고 있는 외화를 국영부문에 흡수하기 위해서 그런 시설들이 어느정도 효용이 있다, 그런 주장을 하는 학자들도 있고,….

중국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북한의 부유층이 평양 시내에서 사치품을 사거나 고급 음식점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하면 결국 외화가 국외로 유출되지 않고 국내에서 돌게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