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재쏘생(러시아파견 근로자)' 이라고 하면 북한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었지요. 북한 남성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한번쯤 외국에 나가 돈을 벌고 싶어 했지만 지금은 임금착취 때문에 나가길 꺼린다고 합니다.
보도에 정영기자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평양의 한 소식통은 "과거에는 사람들이 외국 나가서 돈 버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외국에 가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굳이 가겠냐며 생각을 접는 주민들이 꽤 많아졌다"고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나갔던 한 남자는 3년 동안 죽도록 고생하고 돌아왔는데 아직 받기로 한 노임을 절반도 받지 못했다"면서 "빽이 없으니 제 돈도 찾지 못하고 병을 만나 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북한 근로자는 한 달에 100달러씩 받기로 하고 3년 동안 나미비아에 파견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충성의 자금'으로 30%를 떼이고, 보험과 식비 등을 제하고 나면 실제 월급은 약 50달러를 약간 웃돌았다는 것입니다.
그 마저도 북한당국은 일시불로 지불하지 않고 "귀국한 다음 주겠다"면서 장기 체불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으로 돌아온 다음 이 남성이 당국을 찾아가 사정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밀린 임금을 주지 않아 불만이 가득찼다고 이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런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이 비록 이 사람뿐 아니라 러시아에 갔던 사람도 있고, 중국에 갔던 처녀들도 있다"고 말해 북한의 해외 근로자 처우가 전반적으로 열악함을 꼬집었습니다.
이러한 소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해외 근로를 기피하는 주민들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포시에서 국경 지방으로 여행 온 한 여성도 "이제는 장마당에서 열심히 하면 돈을 벌기 때문에 웬만큼 밥술이나 먹는 사람들은 외국에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북한 장마당이 활성화 되어 앉아서도 외화를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점도 주민들이 외국행을 꺼리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당국이 탈북을 우려해 가족을 분리시켜 남자만 내보내기 때문에 해외근로자 가정에서는 불화가 빈번히 발생하고 이혼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에는 일부 주민들은 "조금 벌어도 가족끼리 편안히 사는 게 낫다"며 외국행을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은 올해 광복 70주년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크게 치르는 데 드는 재정확충을 위해 대규모 인력수출을 기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해외근로자 인권문제가 제기되자, 유엔차원에서 북한 해외근로자 인권실태에 관해 조사할 것이라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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